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LVMH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해 결정한 티파니 인수를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LVMH는 “프랑스 외교부로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거래를 미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관세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장 자크 기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프랑스 정부의 요구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명령으로 간주했다”며 “우리는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올해 11월까지 인수를 마무리하기로 했던 기존 합의는 무산됐다.
인수 무산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가 보인 프랑스 제품 대상 추가 관세 부과 움직임이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 구글과 페이스북 등 IT 기업에 ‘디지털세’ 3%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디지털세란 IT 기업의 자국 내 디지털 매출에 따라 법인세와는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미국 IT 기업이 주요 과세 대상이 되자 미국 정부는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7월 프랑스산 화장품과 비누, 핸드백 등 사치품 13억 달러어치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양국 간 합의 여지가 있어 실제 관세 부과는 내년 1월 6일 이후로 명시했다.
하지만 티파니는 LVMH가 고의로 인수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로저 파라 티파니 회장은 “LVMH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명품업계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니 발을 빼려고 프랑스 정부를 들 먹인다”고 비난했다. 또 “LVMH가 인수를 끝내지 않으려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고 믿는다”며 “외무부 장관이 기업에 계약을 위반하도록 명령할 근거가 프랑스 법에 없다는 사실을 안다”고 공격했다. 파라 회장은 “(인수 지연) 요청을 받은 프랑스 기업의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티파니의 말대로 명품 업계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급격한 판매 부진에 직면해 있다. 컨설팅 업체 베인에 따르면 올해 명품 시장 매출은 지난해보다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품 업계의 매출이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려면 2022~202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티파니는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LVMH를 제소하고 인수를 마무리하거나 손해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두 회사의 합의에 따르면 티파니가 인수 거래를 깰 경우 5억7500만 달러의 해약금을 내야 하지만 LVMH에게는 배상 조건이 없다.
LVMH는 이날 “티파니가 양국의 규제 합의를 기다리기 위해 인수 기한을 12월 31일까지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티파니 관계자는 “티파니는 11월 24일 이후 인수 기한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두 기업의 진실 공방에 프랑스 정부는 “해당 요청이 구속력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부 장관이 LVMH에 보낸 요청을 인지하고 있다”며 “그가 직접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 협상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는 순진하거나 수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