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말까지 5조 원 규모의 국고채를 단순 매입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하자 시장에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일회성 조치가 아닌, 매월 일정 규모의 매입 방식이라는 점에서 한은 입장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 “단발성 아닌 계획성...일종의 정례화” = 9일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발표는 월말이라는 대략적인 시기 설정과 총액 5조 원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기존 시행했던 단순매입과 달리 일종의 정례화라고 볼 수 있겠다”며 “4차 추경이 대략 7조 원 중반대라고 결정됨에 따라, 남은 연내 늘어나는 물량 부담을 대부분 해소시켜주기 위함”이라고 평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가급적 월말경에 실시하겠다”는 한은 측 코멘트다. 올 들어 1조5000억 원씩 총 네 차례에 걸쳐 6조 원 규모를 단순 매입한 한은이지만, 이번과 같이 월별 계획이 아닌 일회성에 가까웠던 만큼 이번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발성 조치가 아닌 일정한 계획 하에 해당 문제를 접근하겠다는 취지라는 의미”라며 “최근 채권시장 금리 상승과 변동성 확대에 통화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 4차 추경 뒤엔 역대 최대 2021 예산안...“한은 매입 여력 충분” = 이 같은 결정은 본격적인 양적 완화 조치가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리 정책을 통한 시장 안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평가했었던 만큼, 이번 결정이 그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당시 이 총재는 “필요할 경우 국고채 매입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라며 “양적 완화를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은이 실시한 유동성 확대 정책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양적 완화로 해석 가능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번 단순 매입이 당장 7조 원 규모의 4차추경 물량 상당 부분을 책임질 수 있다 하더라도, 내년 예산안이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재정으로 평가받는 만큼 쏟아질 국채 발행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는 일종의 단순매입 ‘정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며, 적자국채 발행량을 일정 정도 한국은행에서 받아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들어 채권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크게 확대된 이후 한은이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어 언제든 한은이 대응할 여지와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체 국고채 잔액 중 한은 보유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전 2.7%에서 2.9%로 불과 0.2%포인트 증가했다”며 “한은의 대응 여력은 아직도 여유롭고, 기존보다 적극적인 스탠스를 보여주는 것으로 채권 금리는 상당히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