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상속] 부모님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성년후견제도

입력 2020-09-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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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 같이 질병이나 노령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후견인을 선임해 주는 것이 성년후견 제도다. 성년후견 제도는 이처럼 후견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모님으로부터 재산을 받지 못한 자식이 부모님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부모님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해서 모두 성년후견인을 선임하지는 않는다. 성년후견인이 선임되면 부모님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처분하는 데 후견인의 동의를 받거나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매우 번거롭게 된다. 부모님에게 별다른 재산이 없다면 굳이 성년후견인을 선임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부모님이 재산이 많더라도 자식들 사이에 갈등이 없다면 성년후견인을 선임하지 않고 그냥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도 많다.

실제 성년후견인 선임 신청이 이루어지는 사례들을 보면, 많은 경우 자식들 사이에 부모님 재산 관리나 처분 문제로 갈등이 있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65억 금괴’ 사건으로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화재가 난 집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중 금괴 130개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당시 공사를 하던 인테리어 업자를 이를 집주인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훔쳤는데, 나중에 이 업자가 검거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 금괴는 그 집에 살던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던 것이었는데,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고 세상을 뜨는 바람에 다른 가족들은 금괴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이후 이 금괴는 어머니가 상속받게 됐다. 그런데 어머니가 이 금괴를 상속받은 이후 누나가 어머니와 함께 사라져 다른 형제들과 연락을 끊어 버렸다. 누나가 어머니의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어머니를 모신다는 명목으로 어머니를 데리고 있으면서 다른 자식들과의 접촉을 끊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자 다른 자식들은 어머니에 대한 성년후견인 선임 신청을 했다. 어머니에 대한 성년후견인이 선임되면 누나가 어머니의 재산에 더는 손을 댈 수 없게 된다.

부모님이 자식 중 한 명에게만 재산을 주자 재산을 받지 못한 자식이 부모님에 대한 성년후견인 선임 신청을 하는 경우들도 있다. 성년후견인이 선임되면 부모님 마음대로 재산 관리나 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님이 재산을 주고 싶은 자식에게 재산을 줄 수 없게 된다. 부모님 입장에서 “나는 건강하기 때문에 성년후견인이 선임되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 다들 어느 정도는 판단 능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아무리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성년후견인이 선임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성년후견인이 선임되면 부모님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기 때문에 성년후견인 선임 이전에 했던 재산 처분도 무효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성년후견인 선임 신청은 재산을 받지 못한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님과 부모님으로부터 혼자 재산을 받은 자식을 공격할 수 있는 꽤 쓸모 있는 수단이다.

몇 년 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성년후견제도를 널리 알린 계기가 되었던 롯데 신격호 회장의 성년후견 사건도 본질은 자식들 사이의 상속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많은 언론에 보도된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신청 사건도, 조양래 회장이 차남에게 지분을 넘겨주자 장녀가 이를 문제 삼으면서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한 것이므로 사실은 상속 분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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