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실직 장기화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고용유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코로나19의 노동시장 관련 3대 이슈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실직할 경우 실직 기간이 일시적일 것으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상당수는 영구 실업자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 미국 CPS(Current Population Survey)와 Barrero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직자들 중 78%는 일시해고 상태라고 응답한데 반해, 31~56%는 영구 실업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았다.
코로나19로 재택 근무가 늘어나는 가운데 업무 성격별로도 생산성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Dutcher의 연구에 따르면 단순업무의 경우 생산성을 6~10% 감소시키는 반면, 창의적인 업무의 경우 생산성을 11~20% 상승시켰다. 또한 Battiston의 연구에선 근로자 간 소통이 중요한 직종의 경우 재택근무로 인해 생산성이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끝으로 코로나19로 업무 자동화 흐름이 빨라지는 가운데, 이로 인해 반복적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봤다. 저숙련 일자리는 진입이 쉽기 때문에 상대임금이 하락할 수 있는 데 반해, 고숙련 일자리는 노동공급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하면 상대 임금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키 위해 실업급여 확대 등 사후적 정책에 집중하는 미국식 모델보다는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 고용유지 지원정책을 펴는 유럽식 모델이 필요하다고 봤다. 미국식 모델의 경우 근로자의 구직활동을 위축시켜 실업기간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는데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 부담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1분기(1~3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의 주급(중간값)은 957달러인데 반해, 평균 실업급여 수당은 978달러로 더 높았다.
김혜진 한은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고용유지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경우 장기 실업 문제가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택근무 도입 시 부문별로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며, 임금 불평등 심화를 막기 위해선 양적으로 고학력자의 노동공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 시스템 개선을 통해 질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