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기간 거의 4년 내내 나토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회원국들이 유럽 집단방어에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사적으로는 미국이 나토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말했다. 이에 소식통들은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두 번째 임기에서는 나토 탈퇴를 핵심 과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맹국과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가 이런 극단적인 주장을 실행에 옮기면 러시아가 승리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전직 고위 국가안보 관리들의 최근 발언은 이런 불안을 고조시키는 데 더욱 기여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재선으로 더 대담해지는 것은 물론 경험이 부족한 2기 안보팀에 둘러싸여 있을 가능성이 커서 결국 미국의 나토 철수 시나리오를 실현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움직임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미국의 글로벌 전략 변화가 될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큰 승리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역임했으며 올 여름 백악관 내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폭로해 트럼프를 격분하게 했던 존 볼턴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에서 트럼프는 나토에서 철수하기를 원했다는 점을 거듭 언급했다. 볼턴은 또 지난달 한 스페인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선거 직전인 10월에 2기 재임 중 나토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깜짝 발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발간된 마이클 슈미트 NYT 기자의 저서 ‘트럼프 V. 미국: 대통령을 막기 위한 내부 투쟁’에 따르면 4성 퇴역 해병 장성인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주위 사람들에게 “트럼프와 상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나토에서 철수하려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안보 관리들은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임기가 끝나기 전에는 나토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은 낮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미국·유럽센터 소장은 “트럼프의 시도는 정말 위험하다. 우리는 켈리와 볼턴의 발언을 통해 트럼프가 1기 임기 중에 훨씬 더 나아가려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기면 그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정책을 지지했다고 느껴 효과적으로 나토에서 탈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가 트럼프의 시도를 막기 위해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전문가들은 그가 다른 방법으로 나토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7월 나토의 전략적 중심지인 독일에서 1만2000명 미군을 철수하고 국방부의 유럽 관련 예산을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