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이날 발표한 ‘10년 재정 전망 개정’ 보고서에서 2021회계연도(올해 10월~내년 9월) 미국 GDP 대비 연방정부 부채 비율이 104.4%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이 맞는다면 미국은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06%를 기록하고 나서 75년 만인 내년에 다시 나랏빚이 경제 규모를 초과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재정 지출 확대와 마이너스 경제 성장으로 이미 미국은 올해 2분기에 정부 부채가 GDP 대비 105.5%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연간 기준으로는 이달 마감하는 2020회계연도에는 그 비율이 98.2%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전히 이 수준도 2차 대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라고 WSJ는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은 GDP 대비 정부와 민간 부문을 모두 합친 총 부채 비율이 올해 141.4%에 달해 일본(268%)과 이탈리아(166.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이런 부채 증가에 불안을 느끼지는 않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힘을 바탕으로 안전자산으로서 미국 국채의 위상에는 변화가 없다. CBO의 부채에 대한 경고 메시지에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의
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실상 제로금리 장기화 방침을 표명하고 있어 미국 정부가 차입에 더 나설 여력도 있다.
그러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미국 정부와 경제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10년 뒤에는 미국 정부가 매년 갚아야 할 이자비용만 연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이후로 코로나19 대응에 약 2조700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백신 연구와 병원 지원, 기업과 가계, 지방정부 구제 등에 쓰였다. 반면 올해 4~7월 연방정부 세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CBO 예측에 따르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부채 이외에도 이번 회계연도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3조3000억 달러로, 지난해의 3배에 달할 전망이다. 그동안 ‘발등에 불’인 코로나19에 대처하느라 빚을 줄이는 것을 등한시한 사이에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재정지출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에 있다. WSJ는 2차 대전 이후에는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1950년대 말에는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54%로 낮아졌지만 이번에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비 증가 영향 등으로 정부 적자와 부채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부 재정을 놓고 엇갈리는 태도를 보여 혼선을 주고 있다. 이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일례로 백악관과 여당인 공화당은 부채 확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코로나19 추가 부양책 규모를 1조 달러 이하로 제한하려 한다. 이는 야당인 민주당이 요구하는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2기 공약으로 연 1조 달러 세수원인 급여세 인하를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