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혼란을 비집고 신흥강자들이 부상하면서 시장을 지배하던 전통강자들이 맥없이 밀려나고 있다. 산업계의 판이 증시에서 완전히 뒤집히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986년 이후 최고의 8월을 기록한 S&P500과 나스닥은 이날 경제지표 호조와 기술주의 약진에 힘입어 거침없이 뛰어올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일부 기술 기업들의 기세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전날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화상회의 플랫폼 업체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이하 줌)은 이날 주가가 40.78% 폭등했다. 이에 시가총액은 1291억 달러(약 153조 원)로 불어나며 PC 업계의 거인 IBM의 1098억 달러를 뛰어섰고, 미국 전체 상장사 중 55위로 올라섰다.
2011년 창립 이후 9년 만의 신화다. 불과 9살인 줌이 109살인 IBM보다 몸집이 더 커진 것이다. 에릭 위안 줌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2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전날 줌은 2021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이 6억6352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4.6배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억86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34배 폭증하며 지난해 4월 상장 이후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일반화하면서 줌의 화상회의 앱은 개인과 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까지 사용할 정도로 이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100달러에 못 미치던 테슬라 주가는 코로나19 이후 개미 투자자인 ‘로빈후더’들의 활약으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테슬라 시총은 미국 대형 정유사인 엑손모빌과 유통 공룡 월마트보다도 많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변은 있었다. 엔비디아의 시총은 1일 시점에 3411억 달러로, 미국 인텔의 2160억 달러를 훨씬 웃돌아 대만 TSMC,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 반도체 업체로 올라섰다.
엔비디아는 한동안 가상화폐 시장 침체로 고전했으나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이 됐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기업으로부터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이 폭주하면서 순식간에 반도체 업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 산하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인수에도 야심을 보이고 있다.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게임에 최적화된 GPU’라는 독특한 사업 모델을 가진 반도체 기업으로 키웠다. 반도체 칩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인프라를 구축, ARM 인수로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