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장마(54일)와 집중호우 등으로 농산물 가격 급등이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까지 시행되면서 외식 대신 집밥을 먹는 가구가 늘고 있지만 최근 급등한 농산물 가격은 이마저도 힘들게 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도 농산물 가격 급등이 나타났다. 농축수산물은 농산물(12.1%)과 축산물(10.2%)이 모두 큰 폭으로 오르며 10.6% 상승했다. 농산물에서도 채소류가 28.5% 급등했다. 8월 전체로는 0.7% 상승했다.
1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와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직장인 A 씨처럼 된장찌개(백종원 레시피 기준)를 끓이려면 된장과 고추장, 설탕이 집에 있다는 전제하에 마트에 가서 두부 한모(1490원), 애호박 1개(2410원), 청양고추(100g 1272원), 양파(1kg 2000원), 대파(1kg 3746원), 깐마늘(1kg 1만87원)를 사야 한다.
1년 전에는 두부 한모에 1390원, 애호박 1개에 1454원에 불과했다. 청양고추도 1132원, 양파는 1326원, 대파는 2897원, 깐마늘은 7184원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두부는 7.2%, 애호박 65.7%, 청양고수 12.4%, 양파 50.8%, 대파 22.7%, 깐마늘 40.4% 각각 증가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된장(순창재래식안심생된장 1kg 기준)은 3980원에서 6700원으로 68.3%, 고추장(해찬들우리쌀태양초골드 1kg 기준)은 13800원에서 14700원으로 6.5%, 설탕(백설하얀설탕 1kg 기준)은 1580원에서 1680원으로 6.3% 올랐다.
4인 가구 기준으로 된장찌개 한 그릇을 끓인다고 단순 계산하면 지난해 2740원에서 올해 3761원으로 약 1000원(37.2%)이 더 드는 셈이다.
김치찌개도 마찬가지다. 고랭지 배추 1포기 가격이 지난해 3823원에서 9594원까지 150.9%나 올랐고 돼지고기도 삼겹살 기준 2274원으로 1년 전 1929원보다 300원(17.9%)가량 올랐다.
가정주부 B 씨는 “호박이나 고추 같은 채소는 항상 구비해야 하는 채소인데 호박 같은 경우는 1000원만 넘어도 장바구니에 담기가 겁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011~2012년에 두 해에 걸쳐서 채소류 가격이 많이 올랐었는데, 그때는 장마에 태풍이 연거푸 왔다”며 “장마나 집중호우든 태풍이든 하나의 영향만으로 했을 때는 두 달 이상 가지는 않았는데, 그 자연재해가 여러 달에 걸쳐서 계속해서 오면서 그게 길어졌던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9월에도) 태풍 같은 게 또 오면 (물가 상승이) 연장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추석을 앞둔 수요 증가도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