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마이데이터 심사방식 변경에 직격탄을 맞았다. 예비허가를 신청한 보험사 모두 ‘반려’ 통보를 받아 결국 보험업권에서 예비허가를 받은 곳은 전무하게 됐다. 우선적인 이유는 금융당국이 변경한 심사기준인 ‘유사서비스’에 보험사의 보장분석서비스가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마이데이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해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했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반려’ 통보를 받았다. 보험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 사전 수요 땐 11곳(손해보험사 3곳, 생명보험사 8곳)이 사업 허가를 희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신한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는 11월로 예정된 2차 접수를 노리고 이번 심사에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전 수요조사 때는 대형사들이 앞다퉈 신청했지만, 정작 예비허가 때는 보험업계에선 단 2곳만 신청했다”며 “이마저도 반려 통보를 받아 금융권에서 보험업권만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소외된 분위기”라고 아쉬워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를 1· 2· 3차로 나눠 처리하는 방식에서 유사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을 일괄적으로 우선 심사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기존에 유사서비스를 하고 있었느냐’가 우선 심사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제공해온 ‘보장분석서비스’를 당국이 기존 유사서비스로 보지 않아 보험사들은 신규사업자로 분류됐다. 보험사들의 보장분석서비스는 설계사들이 신용정보원의 정보로 다른 보험사 고객의 계약 정보를 끌어와 분석을 해주는 서비스다. 실손보험의 중복가입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최근에는 설계사들의 보험 영업에 중요한 수단이 됐다.
문제는 보장분석서비스를 마이데이터로 볼 것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보장분석이 마이데이터 유사서비스로 인정받을 수 없다면 보맵 등의 핀테크 업체도 심사 대상에서 빠져야 하는데 포함돼 있다”며 “유사서비스에 대한 당국의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애매해지자 금융당국은 생ㆍ손보협회에 의견서를 요청했고, 협회는 당국에 보장분석서비스는 마이데이터가 아니라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신용정보법상 다른 법령에 유사한 서비스가 있다고 해도 마이데이터로 볼 수는 없다는 법령해석을 근거로 삼았다. 보장분석은 보험업법상 근거가 있기 때문에 마이데이터가 아니고 보험업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금융당국 또한 마이데이터는 기존 유사서비스로 보지 않았고, 결국 보험사들은 마이데이터에서 신규 사업자로 분류돼 심사 일정에서 뒤로 밀리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는 보장분석을 마이데이터로 인정받아 사업에 진출하고 싶었던 것이고, 업계 전반적 분위기는 보장분석이 마이데이터로 엮였다가 허가받지 못하면 보장분석서비스를 영업에 활용하지 못하게 되니 원치 않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보장분석이 마이데이터와 무관하게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지 못하면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에는 기존에 운영하던 서비스와 앱을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