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외국인의 매매 동향에 따라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성장산업과 기존 사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되는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 = MSCI 한국지수 ETF는 2.41%, MSCI 신흥국지수 ETF는 2.22% 하락했다.
전일 한국 증시는 외국인이 역대 최고치인 1조6000억 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기준 1.17% 하락했다. 아시아 시장 전반에 걸쳐 차익 매물이 출회된 가운데 한국 증시는 MSCI 리밸런싱 가능성, 공매도 금지 연장에 따른 매물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시장 대부분이 고점 대비 1% 이상 하락한 점을 감안 차익 실현 매물 출회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유럽 증시에도 영향을 주는 등 글로벌 시장 대부분 조정을 보였다.
한편, 미 증시에서 일부 기술주가 개별적인 요인으로 강세를 보였을 뿐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미국 경기 회복이 정체됐다고 주장했으며 마이너스 금리와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 시행 가능성이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미국 경기 회복 둔화는 외국인의 매수세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에 부담이다. 물론 일부 종목들에 대한 쏠림 현상은 있을 수 있으나 기업 가치와 동떨어진 상태에서는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를 감안 한국 증시는 차익 욕구가 높아진 가운데 8월 수출입 동향, 중국의 차이신 제조업 PMI 등 주요 경제지표 등 펀더멘털에 주목하며 외국인 매매 동향에 따라 변화가 예상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 시장은 여전히 성장주에 대한 기대가 높다. 3월 말 코스피 저점 확인 이후 시총이 가장 크게 증가한 업종은 화학(LG화학), IT가전(삼성SDI), 건강관리(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소프트웨어(카카오, 네이버), 자동차(현대차)인데 모두 성장주가 해당 업종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환경은 긍정적이다. 미 연준의 평균물가안정 목표제(AIT)는 성장주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는 영양분을 제공한다.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금리)이 낮으면 미래 이익에 대한 가치가 더 큰 성장주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코로나19로 촉발된 ‘저금리+유동성’ 환경은 국내 증시의 새로운 지형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시간을 앞당겨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국내 증시 내 무형자산 가치 평가는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그간 국내 증시는 무형자산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는 있지만, 전체 자산 중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으며, 제조업 중심의 투자가 지속됐다. 미국 증시의 시총 1~5위를 차지하고 있는 성장주, 빅테크 기업들의 특징은 높은 무형자산 가치를 지닌 기업들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낮은 비용, 새로운 독점 형태의 시장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징을 지닌다.
국내도 미국처럼 점차 무형자산이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뉴딜정책을 기반으로 전 산업 분야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2009년 이후 시총 상위권을 유지하는 기업(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을 보면 꾸준히 무형자산 투자 비중을 확대했던 기업이었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기업들은 R&D 투자 외에도, 잉여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마진을 유지할 수 있는 단계에 점차 진입하고 있다. 성장 기업 외에도 기존 사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되는 기업을 주목할 시점이다. 애플이 시총 2조 달러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던 요인은 궁극적으로 IT 하드웨어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매출액 비중 중 서비스 판매 비중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R&D 투자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두 자릿수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무형자산 취득액이 늘어나고, 유형자산 취득액은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현대차가 자동차 생산 공장의 증설보다는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등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더욱 주력하고 있는 점을 시사한다. 그에 따른 연구개발 성과들은 점차 자산화할 가능성이 크다. 신사업에 대한 프리미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