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위, '대검규칙 위반'하면서 디지털증거 보관했다

입력 2020-09-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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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포렌식 시스템 2017년 도입…조사 끝난 뒤에도 자료 장기 보관

금융위원회가 대검찰청 예규를 위반하면서 ‘모바일포렌식’으로 얻은 디지털 증거를 장기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모바일포렌식 시스템으로 수집한 개인 및 기업 정보를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가 끝난 뒤에도 삭제하지 않았다. 국회는 금융위가 조사가 끝나 불필요해진 디지털 증거를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근 작성한 ‘2019년도 결산 검토’ 보고서에서 금융위 모바일포렌식 시스템의 부실한 운영 실태를 적시했다. 금융위가 대검 예규에 따라 더 이상 조사에 필요 없는 디지털 증거를 바로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위는 2017년 4월 모바일포렌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금융위가 불공정거래 사건을 직접 조사하는 경우 모바일포렌식 시스템으로 휴대폰 기기의 데이터를 복원해 조사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금융위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개인 및 기업 정보는 총 224건이다. 이 중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자체 조사해 처리한 사건 건수는 총 66건으로 해마다 모바일포렌식 시스템으로 수집하는 자료 양은 증가 추세다. 디지털 증거 규모는 매년 커지지만 해당 자료의 폐기 지침이나 규정이 부재한 것이 문제로 꼽힌다.

금융위는 디지털 증거 수집·보존·분석·현출·관리·폐기 등의 과정에 대해 대검 예규 제991호인 ‘디지털 증거의 수집 분석 및 관리 규정’을 따른다. 해당 예규는 범죄 사실과 무관한 디지털 증거의 폐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사건에 대한 기소·불기소 등 당국 처분에 따라 계속 보관할 필요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경우 디지털 증거 폐기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금융위는 자체 ‘기록물관리기준표’에 따라 디지털 증거를 보존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자본시장조사단은 디지털 증거를 일괄적으로 10년간 보존하게 된다. 타 행정 부처의 모바일포렌식 관련 지침에 비하면 보존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디지털 증거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에 폐기 지침을 명시하고 있다. 해당 지침은 관련 사건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 관련 사건이 불기소되는 등 당국 처분에 따라 디지털 증거를 계속 보관할 필요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건 담당자 또는 검사의 폐기 요청이 있는 경우 즉시 디지털 증거를 폐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에 디지털 자료를 등록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폐기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또한 대검 예규에 따르면 금융위는 매년 반기별로 디지털 증거에 대한 폐기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폐기절차에 대한 점검도 주기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검찰의 원칙에 따라 모바일포렌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디지털 증거 보존 기간을 축소하는 사항은 더 고려해봐야 할 부분”이라며 “자본시장조사단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미비한 부분이 있는데 폐기처리 지침 같은 것은 타 부처 지침이나 검찰 예규를 감안해 새롭게 만들거나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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