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국내에서 벌인 ‘전기차 배터리’ 분쟁에서 패소했다. 이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 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파생된 것으로 영업비밀 침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조 단위’ 합의금 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3부(재판장 이진화 부장판사)는 27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ITC 소송 취하와 합의 파기에 따라 10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소송 취하 절차 이행과 간접강제 청구는 각하하고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과 9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각각 ITC와 델라웨어 연방 지법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LG화학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이와 별개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국내 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소 취하 이행과 이를 어기면 1일당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미국 ITC와 델라웨어 연방 지법에 낸 특허침해 소송 중 ‘세라믹 코팅 분리막 특허(KR 775,310)’에 대해 양사가 2014년 10월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제소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LG화학은 ‘특허 독립’과 ‘속지주의’ 등의 원칙을 내세우며 ITC에 제기한 소송과 한국에서의 소송은 별개라고 맞섰다.
법원은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의 소 취하 이행과 간접강제 청구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소 취하 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ITC 제소와 델라웨어 소송이 취하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음은 분명하다”며 “소 취하 절차를 이행을 구하는 청구와 이를 전제로 한 간접강제 청구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양사의 합의문에 기재된 ‘대상 특허’가 국내 특허에만 한정돼 미국 특허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 특허에 대한 부제소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해당 합의문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대상 특허와 관련해 향후 직접 또는 계열회사를 통해 국내ㆍ국외에서 상호 간에 특허침해 금지나 손해배상 청구 또는 특허 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한다'고 기재돼 있다.
이들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분쟁은 SRS® 특허 3건, 양극재 특허 2건 등 모두 5건의 미국 특허와 관련된 것이다.
재판부는 “합의문의 ‘대상 특허와 관련하여’를 ‘관련한 미국 특허’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상 의미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와 다른 해석으로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