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당분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고 23일(현지시간) CNBC방송이 보도했다. 다만 달러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기축통화 지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8일 27개월 만의 최저치인 92.27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3월 20일 102.82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다.
패트릭 쇼위츠 JP모건에셋매니지먼트 글로벌 전략가는 “유로존과 일본에 비해 미국의 경제 성과는 최소 몇 년간 보장할 수 없다”며 “최근 유럽연합(EU)이 7500억 유로(약 1053조2850억 원) 규모의 코로나 경제회복기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투자자들에게 유로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쇼위츠 전략가는 또 “제로금리 지속은 투자처로서 미국 달러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투자자들이 다른 통화로 예금하는 것을 고려하게 만든다”며 “정책이 빠르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달러화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리서치 기관인 블랙록인베스트먼트인스티튜트(BII)는 “최근 달러화 약세를 이끈 요인이 계속 존재하고 있어 약세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BII의 전문가들은 “달러가 안전한 피난처의 지위를 유지할지는 또 다른 관심사”라며 “미국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져 오면서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과장됐다고 설명했다. 달러 약세론자들은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의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의 비중은 2017년 1분기 64.7%에서 올해 1분기 62%로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에는 60.9%로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조나스 골터만 캐피털이코노믹스 글로벌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의 몰락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과장됐다”고 단언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오히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했다”며 “3월에 달러화는 급등했다”고 언급했다.
골터만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달러에 대응할 확실한 대안이 없다”며 “유로는 여전히 취약한 유럽연합(EU)의 정치적 결함으로 인해 불안하고, 위안화는 중국의 자본 통제와 고유한 정치 시스템이 가진 불확실성으로 인해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스벤 슈베르트 본토벨에셋매니지먼트 선임 투자전략가도 “향후 수십 년 동안 유력한 기축통화 대안은 유로와 위안화”라면서도 “아직 달러의 심각한 경쟁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글로벌 무역에서 50% 이상이 미국 달러로 결제된다”며 “각국 중앙은행은 여전히 준비금을 미국 달러로 보유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