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이스타항공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스타항공 정비 안 하고 총 10차례 운항…국토부 과징금 부과
국토부는 2019년 9월 이스타항공이 정비 규정에 따른 Pre/Post Flight Check(PR/PO 점검) 수행 없이 항공기를 운항한 사실을 적발해 합계 16억5000만 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정비사 1명에게는 자격증명 효력정지 30일 처분이 내려졌다.
PR/PO 점검은 항공기 내외의 청결, 비행 중 발생한 결함의 수정 등을 수행해 항공기의 출발 태세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는 최종 비행 후부터 다음 첫 비행 출발 이내에 수행해야 한다. 국제선을 포함하는 때에는 점검 수행 후 첫 비행시각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2017년 10월 PR/PO 점검 없이 김포-제주 운항을 하는 등 8회에 걸쳐 항공기를 띄웠다. 두 달 후에는 노선에 국제선이 포함된 항공기에 대해 48시간 이내에 점검하지 않고 2회에 걸쳐 운항했다. 이에 국토부는 각각 9억 원(제1처분), 7억5000만 원(제2처분)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스타항공 “담당자 단순 실수” 행정소송
이스타항공은 국토부의 각 처분과 관련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스타항공은 “(제1처분) 위반 행위가 발생하게 된 경위는 항공기의 예정 스케줄이 전면 변경되는 과정에서 정비계획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일어나게 됐다”며 “인적 실수로 점검을 미이행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마련하고 시정을 위해 노력한 점 등 감경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2처분) 1회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액수만으로 제재 수단으로서 충분한 위하력을 가질 수 있다”며 “그런데 굳이 위반 행위의 반복 횟수에 따라 1/2 범위에서 가중할 수 있다는 관련 법령과 달리 제1처분과 별도로 과징금을 부과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 “사고 발생 위험성 증대…유사 사례 반드시 막아야”
법원은 국토부가 이스타항공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적정히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비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더 간이한 점검만 마친 상태의 항공기를 약 14시간 동안 8회에 걸쳐 운항해 해당 항공기의 사고 발생 위험성이 운항 때마다 증대했다”며 “이스타항공은 이를 점검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발견하지 못해 과실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간이 점검만을 한 항공기가 실제로 승객을 탑승시키고 운항한 사실만으로도 항공업계의 전체적인 신뢰를 저하하기에 충분한 사회적 파급력이 있다”며 “향후 이와 같은 유사 사건 발생의 항공 안전의 확보를 위해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산시스템 마련 등 시정 노력에 대한 이스타항공의 주장에 대해서는 처분 사유가 되는 사실관계가 종료된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은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제2처분과 관련해 법과 시행령에서 위반 횟수를 가중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는 이유는 동일한 유형의 위반 행위가 수차례 반복되는 경우 무거운 처분을 내려 위하력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혀 다른 사건이 동일한 유형의 법 위반에 해당하는 때 오직 1개의 처분만이 가능하다고 보게 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