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 금지 연장해야” vs. “금지 장기화땐 외국인 투자 줄 수도“

입력 2020-08-18 05:00 수정 2020-09-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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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8-17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투자업계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투자업계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공매도 금지 종료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개 여부에 대한 찬반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갑론을박은 최근 일반 개인투자자를 넘어서 전문가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지 연장을 넘어 공매도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와 함께 리얼미터에 의뢰해 공매도 재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이 공매도를 폐지하거나 금지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재명 경기도 지사도 나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추가 연장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냈다. 전반적인 여론은 ‘금지 연장’에 쏠려 있지만, 공매도 제도에 대한 순기능을 강조하는 학계나 외국인 투자자 등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13일 ‘공매도 시장 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 방향’ 토론회를 열어 공매도를 둘러싼 양쪽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 주식시장 교란 우려” = 개인투자자를 대표해 해당 토론회에 참석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전 종목에 대해 공매도 금지 기간을 1년 연장하고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적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공매도를 재개한다면) 선진국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 불법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감시 시스템 가동 등 두 가지는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외국인 공매도 세력의 놀이터’, 외국인 ‘현금인출기(ATM)’는 부끄러운 우리 주식 시장의 별칭”이라며 “지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축구 경기 중 양손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를 활용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만 개인의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공매도 제도에 반감을 보이는 이유는 기관·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개인투자자는 일부 증권사에서만 주식을 빌릴 수 있고 이자 비용도 높지만, 기관투자자는 낮은 이자 비용으로 한국증권금융, 예탁결제원 등의 주식을 대규모로 빌릴 수 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법을 무시하고 무차입 공매도를 하거나 특정 세력이 내부 정보를 미리 알아내 악용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공매도가 재개되면 (증시자금이 이동해) 부동산이 다시 들썩이거나 해외로 돈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공매도 금지의 계기가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만큼 우선 내년까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0년 12월 이후로 경제 성장과 주식시장 상승률을 단순하게 비교해보면 경제는 46% 성장한 반면 증시는 16% 오르는 데 그쳤다”며 “공매도가 가격 발견 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국내 시장은 오히려 저평가된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공매도 거래 금지 조치가 연장될 경우 공매도를 헤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유출이 우려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 빠지던 외국인 자금이 최근 공매도 금지 기간인 7월에 14억5000만 달러(약 1조7218억 원)가 들어왔다”며 “외국인이 공매도 금지와 관련 없이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매도 제도는 공정하지 못한 제도로 악용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매도 재개는 충분한 시장 여건이 갖춰진 다음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 언급하며 장외토론을 이어가기도 했다.

◇“재개 안 하면 외국인 투자 줄어들 수도...제도 보안 필요” = 하지만 공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순기능을 고려해 재개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매도 거래 금지 조치가 연장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은아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는 “3월 16일부터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외국계 투자회사 중에 공매도를 헤지수단으로 사용하거나 롱숏 전략으로 활용한 전략이 어려워졌다”며 “이 때문에 한국 시장을 꺼리는 현상이 생겼고 공매도 재개가 늦어지면 이런 경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 상무는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한다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등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에서 신흥국 증시 내 한국 비중을 줄이는 등 평가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가 가진 증시 유동성 증가 및 가격 발견 등 순기능을 고려해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공매도가 부정적 정보들이 가격에 반영되는 중요한 경로인 건 분명하다”면서 “공매도가 가진 기능들은 어느 정도 유지하되 참여의 평등성을 보장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로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참여 비중이 1% 미만인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경우 개인투자자가 전체 공매도의 25%를 차지한다”면서 “일본에는 중앙집중 방식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줄 수 있는 기관 존재하기 때문인데, 우리도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일본을 참고해 제도적으로 개인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고 말했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공매도와 주가 변동성의 인과관계에 대한 실증적 규명이 없었고, 역으로 공매도를 금지했을 때 주가를 올리느냐, 안정시키느냐에 대해서도 규명이 어렵다”면서 “몇 가지 규제를 둔다는 전제하에 9월 (금지) 종료와 함께 (공매도 거래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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