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아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네차례에 걸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신용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융채 6개월물 금리가 상대적을 더 크게 하락한데 따른 영향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 시장 가세로 금리 인하 경쟁이 가속화한 것도 한몫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4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연 1.74%~3.76%로 주담대 고정금리 2.03%~4.27% 대비 상·하단이 모두 낮아졌다.
신용대출 금리 산정 기준은 금융채 6개월물은 전년대비 0.71%p 급락했다. 반면 주담대 금리 기준인 금융채 5년물은 0.04%p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주요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년 전 2.38%~4.36%에서 0.6%p 떨어졌고 주담대 금리는 1년 전 2.15~4.50%에서 0.1~0.2%p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벌어짐에 따라 최근 6·17 부동산 대책 규제 등으로 주택구입자금 길이 막힌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받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일반신용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전월 대비 3조7000억 원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18년 10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난 6월에 이어 두달 연속 3조 원대로 증가했다.
신용대출이 주담대 우회 경로로 쓰인다는 지적에 금융당국이 조만간 신용대출을 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12일 "신용대출을 억제하기엔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중"이라며 "신용대출은 성격이 뭔지를 봐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때문인지, 주식투자용인지, 부동산 투자를 위한 것인지 봐야 하는데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코로나19 때문에라도 당장 대출을 조일 수는 없겠지만, 결국 대출 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흘러가는 사례를 막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나서 신용대출 규정을 잘 지키는지 조사한다거나 신용대출을 내줄 때 자금 용도를 더 구체적으로 받아내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실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 폭 확대를 언급하면서 금융사의 대출 규제 준수 여부 점검을 강화하고 위반 사례를 엄중히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