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시장 규제 드라이브 바통이 국회에서 지방의회로 넘어갔다. 임대료 규제가 더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회 "전ㆍ월세 상한 5% 밑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용연 서울시의회 의원은 '서울특별시 주택 임대차 분쟁 조정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 개정안을 12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전ㆍ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ㆍ보증금 증액 폭이 직전 임대료보다 3% 넘게 오르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상위법인 주택 임대차보호법이 전ㆍ월세 증액 상한을 5%로 정한 것보다 더 엄격하다. 임대차 보호법은 시ㆍ도 사정에 따라 5% 이내에서 전ㆍ월세 증액 상한을 줄일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다.
김 의원은 "서울 같은 경우 민영주택 임대료가 너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며 "임대료로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조례를 발의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 원내대표단은 김 의원 안(案) 등을 놓고 전ㆍ월세 증액 상한선 설정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구체적인 상한선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임대차보호법이 정한 5% 밑으로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는 게 김 의원 전언이다.
구체적인 상한선이 확정되면 시의회 통과는 사실상 확정적이다.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 의석이 110석 가운데 102석에 이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에서 '3% 전ㆍ월세 상한제' 등이 통과되면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다른 지방의회도 비슷한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전국 17개 시ㆍ도 의회 중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15개 지역에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조례 통과 시점 따라 임대료 수백만 원 왔다 갔다
=문제는 시점이다. 전ㆍ월세 상한제 조례가 언제 통과되느냐에 따라 임대인ㆍ임차인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 조례를 적용받는지에 여부에 따라 전ㆍ월세 증액 상한이 달라져서다. 국토교통부 등은 전ㆍ월세 상한 조례 제정 이전 체결된 임대차 계약에는 조례를 소급 적용하지 않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2018년 하반기 계약)이 약 4억3000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김 의원 안을 적용하면 임대차 보호법을 적용했을 때보다 증액 상한액이 860만 원(4억3000만 원 X 상한률 차이 2%포인트) 줄어든다. 임차인으로선 그만큼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임대인의 임대 수익은 줄어든다.
이 같은 임대료 규제 강화가 전세물건 품귀 현상을 더 심화시킬 위험성도 남아 있다. 가뜩이나 최근 서울에선 매물 부족으로 전셋값 상승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은 2만8822가구로 한 달 전(4만2565가구)보다 32.3% 줄었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선 전셋값도 7월 이후 1% 넘게 올랐다. 시장에선 임대차 보호법에 따른 규제 부담감에 집주인들이 전세 물건을 거둬들이고 전셋값을 올려 부르는 것으로 해석한다.
◇규제 드라이브 멈추지 않는 여권
=정부ㆍ여당은 이 같은 시장 상황에도 규제 드라이브를 늦추지 않는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이 표준 임대료를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전ㆍ월세 임대료ㆍ보증금을 책정하도록 하는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은 계약 갱신 청구권 보장 기간을 현행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기 위해 임대차 보호법 재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전월세 전환율을 낮춰 전세와 월세 간 임대수익률 차이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임대료 증액이 제한되면 임대주택 공급 유인이 줄어든다.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질 낮은 임대주택이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며 "민간 임대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세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