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세단과 쿠페, SUV 등 모양과 기능으로 분류하던 자동차 장르가 무너진다.
이 시대가 되면 미니밴, 그것도 실내공간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원-박스카 타입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차 안에 애초부터 운전대(스티어링 휠)가 달리지 않는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기간 이동할 때 차에서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도구도 절실해진다. 자동차 회사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개발을 위해 밤잠을 줄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시대가 오면 차 안에서 대형 화면(앞 유리)을 통해 가상현실을 즐길 수도 있다. 이른바 '버추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다.
물론 아무 영화나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곤란하다. 자칫 ‘차 멀미(car motion sickness)’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멀미는 눈에 보이는 시각현상과 실제 자동차의 움직임 사이에 괴리가 발생기면 나타난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일정한데 자동차만 출렁거리는 경우다. 차 안에서 책을 읽으면 멀미가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차 멀미를 줄일 방법도 있다. 차가 출렁일 때, 운전자와 동승객의 눈에 보이는 풍경도 함께 출렁이면 도움이 된다. 둘 사이에 괴리가 감소하면서 멀미가 줄어드는 원리다.
결국, 자동차 유리가 스크린이 되고 이 스크린에서 자동차의 움직임과 유사한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 된다.
현재 자동차가 반듯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면 앞 유리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상도 이와 비슷한 화면이 등장하면 된다.
전방 경로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라면, 스크린에 등장하는 영상도 이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여주면 된다.
이처럼 자동차 유리를 대형 화면으로 바꾸면 다양한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
유리창 앞에 실제 스크린으로 둘러치면 간단하지만, 화질 개선에 발목 잡힐 수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오늘도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독일 아우디는 지난해 영상 제작 전문 스타트업 ‘홀로라이드(Holoride)’를 인수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지난 5월 소니 픽처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VR) 콘텐츠 개발'에 나선다.
현대차는 소니와의 협력과 관련해 “개인 맞춤형 고객 경험 전략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를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협업 콘텐츠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타일 셋 프리’는 현대차가 작년부터 추진 중인,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고객 맞춤형 콘텐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