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진 2월부터 매출이 급격히 하락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며 국내를 찾는 외국인은 물론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까지 줄자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최근 발표된 2분기에는 각 업체마다 수백억 원대 적자를 떠안았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56% 감소한 4296억 원, 영업손실은 361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도 371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만큼 올해 상반기에만 7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신세계면세점은 2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370억 원으로 집계돼 1분기(-324억 원)보다 적자 폭이 심화됐다.
그러나 출국 시 이용 가능한 이들 면세점과 달리 국내 다른 지역으로 출도할 때 이용하는 지정 면세점은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대신 제주를 택하는 내국인 관광객 덕에 매출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지정면세점(JDC면세점·제주관광공사 면세점)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된 2월부터 실적 악화에 시달리다가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제주 신혼여행객, 제주 개별 관광객이 늘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지정면세점 매출은 4월 290억 원, 5월 390억 원, 6월 420억 원으로 3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17일 JDC면세점에 따르면 이 같은 매출 증가세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 7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7월 한 달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소폭 상승했고, 8월 들어서는 7월보다 높은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JDC면세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2~4월까지 매출이 반토막이 났지만, 5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5~6월엔 전년 동기 매출의 80~90%까지 회복했는데 지난달에는 예년을 웃도는 매출을 올린 것이다.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도 7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내외 성장했다. 제주관광공사 측은 “5월부터 면세점 매출은 전년 수준으로 회복했고, 7월에는 전년보다 10% 내외 매출 신장률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면세점 이용객 수가 전년보다 밑도는데도 객단가가 크게 늘어 전체 매출이 전년을 웃돈다는 점이다. JDC면세점에 따르면 7월 이용객 수는 지난해의 90% 수준으로 줄었는데 객단가가 10% 상승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높게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구매력 높은 관광객이 유입됐고, 주류·담배가 지정면세점 구매 한도에서 제외된 점이 객단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제주 방문 관광객은 주로 수학여행이나 단체관광이 주를 이뤘는데 올해는 해외여행을 못간 개별 관광객이나 골프 여행객, 신혼부부들이 많았다. 이런 구매력 높은 관광객이 제주에 들어와 면세품을 구매하니 객단가가 높아진 것”이라며 “여기에 4월 1일부터 주류 1병(1ℓ이하·400달러 이하)과 담배 1보루(200개비 이하)가 제주도 지정 면세점의 별도 면세물품으로 지정돼 구매 한도(600달러)에서 제외된 것도 객단가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어 앞으로 코로나 확산 여부가 국내 여행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제주 면세점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분간 제주를 찾는 국내 관광객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며 지정면세점은 다양한 프로모션에 나선다. JDC면세점은 지난달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하는 ‘HELLO SUMMER HELLO JDC’ 행사를 1, 2차 진행한 데 이어 이달 17일까지 3차 행사를 이어간다. 제주관광공사 면세점도 8월 한 달간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하고, 모든 구매 고객에게는 제주 관광지 입장권 및 할인권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2월부터 6월까지는 사실상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예년보다 감소해 상반기 전체로 보면 아직 어려움이 많지만, 7월 휴가철에는 국내 관광이 제주로 쏠려 예년보다 높은 매출을 올리며 실적을 회복해가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