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이 지난달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호실적을 거두며 경영정상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과 미국에서 수입한 모델을 동시에 판매한다는 '투 트랙 전략'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한국지엠만 유일하게 지난해 대비 수출이 늘었다. 한국지엠은 7월에 전년보다 10.1% 늘어난 2만7644대를 수출했지만,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는 수출이 각각 62.1%, 65.3% 줄었다.
한국지엠의 수출 증가에는 SUV 트레일블레이저의 역할이 컸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이 2018년 본사에서 개발과 생산을 배정받은 글로벌 신차로, 최근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시작되며 수출 물량이 늘고 있다.
이미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해까지 한국지엠이 주로 수출하던 트랙스의 실적을 뛰어넘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산차 수출 순위 중 트레일블레이저는 3위(5만4647대), 트랙스는 10위(3만8763대)에 올랐다.
반면, 주력 수출 모델이 없는 다른 외자계 기업은 수출이 현저히 줄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도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지난달 6988대를 판매해 업계 3위로 올라섰고, 트레일블레이저는 2494대가 판매되며 전체 판매량의 약 35%를 차지했다.
이처럼 한국지엠의 내수와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는 애초에 한국과 해외 시장 모두를 겨냥해 개발됐다. 한국지엠은 전 세계에서 판매할 수 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해외뿐 아니라 국내 고객까지 만족하게 할 수 있도록 한국 소비자의 높은 눈높이에 맞춰 고급 편의사양을 갖추는 등 노력을 쏟았다.
한국지엠이 GM 본사에서 배정받은 또 다른 글로벌 모델도 현재 한국에서 개발 중이며 창원공장에서 생산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국내 판매와 수출이 개시되면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지엠은 쉐보레의 수입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며 지난해부터 시작한 국내 생산-수입 '투 트랙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쉐보레는 지난해 8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가입해 수입차 브랜드로 정식 인정받고 국내 생산과 수입을 병행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다른 외자계 기업도 글로벌 모델을 수입해 국내 시장에 선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변신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기업은 한국지엠이 처음이다.
지난해 한국지엠이 국내 시장에 연이어 출시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지난달 트레일블레이저에 버금가는 성과를 보였다. 콜로라도는 KAIDA 집계 기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3552대가 등록되며 올해 다섯 번째로 많이 팔린 수입 모델로 기록됐다. 지난달에도 474대가 등록되며 전체 수입차 판매량 7위에 올랐다.
트래버스 역시 지난달 KAIDA 집계 기준 427대가 등록돼 포드 익스플로러(402대)를 제치고 처음으로 수입 대형 SU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수입 가솔린 차량 순위에서도 익스플로러를 앞섰다. KAIDA에 따르면 7월 가솔린 모델 판매량을 기준으로 트래버스가 5위, 익스플로러는 6위를 기록했다.
한국지엠은 투 트랙 전략을 활용해 촘촘한 RV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었다. 이미 판매 중이던 소형 SUV 트랙스에 준중형급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추가하고, 중형 SUV 이쿼녹스, 대형 SUV 트래버스, 픽업트럭 콜로라도까지 수입하며 고객의 선택권을 대폭 넓혔다.
국산차 트레일블레이저와 수입차 트래버스, 콜로라도가 국내외 시장에서 모두 호평받으며 한국지엠은 경영정상화의 가장 큰 축인 내수와 수출 증가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해 적자 폭을 절반으로 줄이기도 했다.
이는 다른 외자계 자동차 기업이 뚜렷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쌍용차는 올해 들어 신차 출시도 없었고 14분기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아직 확실한 수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상태다.
반대로 한국지엠은 경영 위기 당시 확실한 경영정상화 계획으로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투자를 끌어냈고,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해오며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