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나 자민당 내에서는 캠페인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미 예약 등이 다수 진행된 만큼 중단으로 인한 혼란을 피하고 싶은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었다. 전염병 대책과 경제 대책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오사카 등 도쿄 이외 지역에서도 감염자가 증가해 도쿄만 제외한다고 해도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감염자가 늘어나는데도 캠페인이 연기되거나 중단되지 않은 것은 아베 총리가 ‘Go To 트래블 캠페인’을 경제회복을 위한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방문객이 급감한 요즘, 관광객들이 오지 않으면 파산할 관광여관들이 많다는 것이 일본의 현재 사정이다.
‘Go To 트래블 캠페인’은 갑자기 결정된 사업이 아니다. 긴급사태 선포 전인 4월 말 통과된 2020년도 1차 추경예산에 이미 사업비가 반영됐다. 그러나 감염이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캠페인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당초 8월 초로 계획된 캠페인 개시 시기를 7월 22일로 앞당겼는데 그 후 일본 각지에서 감염이 더욱 확산됐다. 이에 ‘Go To 트래블 캠페인’은 아베 정권의 무책임한 시책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감염이 다시 퍼지면서 정부가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도록 시민들에 호소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여행을 떠나라’고 장려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순이다.
그러던 중 아베 정권이 막무가내로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기 시작한 것이 2021년 여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이다.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많았던 캠페인을 급하게 실시한 배경에는 첫째, 여행업계를 위한 지원이 있다. 일본 관광청이 발표한 47개 주요 여행사의 여행상품 취급 상황을 보면 올해 5월의 총 취급액은 작년보다 무려 98%나 감소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9월 이후에는 연쇄도산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감염이 확산되는 상태에서도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고 그 근본적인 이유에는 도쿄올림픽이 있다는 것이다.
여행사들은 도쿄올림픽 티켓을 포함한 투어 상품을 취급했다. 그리고 도쿄올림픽 연기로 국민이 이미 구입한 티켓은 2021년 여름 대회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코로나19로 이렇게 경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여행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여행사가 도산해서 국민이 구입한 티켓 값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결국 여행사가 도산하면 올림픽 자체에 큰 문제가 된다.
만약 여행사가 파산했을 경우 환불에 대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그런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며 설명을 거부하고 있다. 결국 여행사가 파산할 경우 조직위가 책임을 회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아베 총리는 2021년 하계 올림픽을 무조건 치르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감염이 확산하면서 종식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감염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는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일본 열도 각지에서 코로나19 감염의 급격한 확산은 우려할 만한 상태다. 지난 7일에는 전국에서 1606명이라는 역대 최다의 확진자가 나왔다. 오키나와현의 감염 상황이 가장 심각한데, ‘Go To Travel 캠페인’으로 많은 관광객이 오키나와를 방문하고 있는 것이 감염 급증 요인이다.
감염 방지 대책과 경제 활동을 균형 있게 추진하는 것이 아베 총리의 역할이지만, 많은 일본인이 총리가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다수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아베 총리가 강조하는 ‘필요한 대응’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정부가 제시하지도 실행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책임만을 강조하면 정부 자체가 필요 없다. 많은 일본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이제 아베 정권의 무책임함을 깨닫게 돼 그 결과가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