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갈등 격화 속에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주 자국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일련의 새 정책을 발표했다.
국무원의 새 반도체 굴기 정책 인센티브 대부분은 세제 혜택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CNBC는 평가했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15년 이상 사업을 운영하면서 28nm(나노미터, 10억 분의 1m)나 그보다 더 고도화된 첨단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에 대해서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한다. 이런 혜택은 반도체 업체가 처음으로 흑자를 내는 해부터 적용된다.
생산은 물론 설계나 소프트웨어 등 다른 영역의 기업들에도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또 중국 정부의 새 정책은 자금 조달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기업들이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거래소 ‘스타마켓’에 상장하는 것을 장려한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라는 계획하에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이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대립 속에서 최대 관건으로 떠오른 반도체 자급자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테크놀로지 등 중국 기술기업이 해외로부터 반도체 등 핵심 첨단부품을 조달하려는 것을 차단하려 하기 때문. 예를 들어 화웨이 스마트폰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대만 TSMC의 7나노미터 칩이 들어가지만, TSMC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 수주를 거절한 상태다. 현재 중국 업체 중 7나노미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새 정책이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 의미 있는 활력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의 댄 왕 기술 애널리스트는 “중국 중앙정부는 국무원 발표를 통해 반도체에 강력한 정책적 지원을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그러나 세제 혜택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발표가 중국 반도체 발전을 대폭 촉진할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유라시아그룹의 폴 트리올로 애널리스트도 “중국은 2014년 국가집적회로투자펀드 출범을 시작으로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지만 점진적인 성공에 그쳤다”며 “이 부문은 현금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새 정책이 일부 분야에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 반도체 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며 “미국의 지식재산권이 있는 최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접근 제한을 정부 투자로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더욱 비관적이다. SCMP는 이번 반도체 지원 계획이 10년 전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7개의 ‘전략적 신흥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과 유사하고 어떤 면에서는 동일하다며 그러나 이는 낭비적인 지출과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중국에는 현재 600개 이상의 전기차 업체가 있지만, 상당수가 ‘좀비’ 상태에 빠졌으며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테슬라가 모든 면에서 중국시장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SCMP는 설명했다.
현재 중국의 목표도 세계 일류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TSMC만이 7나노미터의 최첨단 칩을 생산할 수 있다. 28나노미터 기술은 이 7나노미터보다 최소 2세대 뒤떨어져 있다. 중국의 모든 전자기기에 최첨단 칩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국내에서 대량 생산하면 수입산 중저가 칩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거의 30개 중국 도시가 올해 상반기에 새 반도체 촉진책을 내놓으면서 벌써 공급초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