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휴지’. 더러운 것을 닦을 때 손쉽게 쓰고 버릴 수 있어 화장실은 물론 집 안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물품이다. 이는 가격도 저렴하거니와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던 올 초 휴지가 난데없이 집단 난투극의 원인이 됐다. 휴지 원료인 펄프가 마스크를 만드는 데 대량으로 쓰인다는 가짜 뉴스가 퍼지자 일본, 미국 등에서 더 이상 싼값에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이 휴지 사재기에 열을 올렸고, 호주 일부 지역에서는 마지막 남은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치고받는 싸움을 벌였다.
이처럼 화제의 주인공이 된 휴지는 ‘화장지’라고도 불린다. 의미상 바꿔 쓸 수 있는 말이지만, 기능에서는 차이가 있다. 휴지(休紙)는 쓸모없는 종이를 이르는 말로, 밑을 닦거나 코를 푸는 데 허드레로 쓰는 얇은 종이를 뜻한다. 보통 화장실에서 쓰는 두루마리 휴지가 그것이다. 반면 화장지(化粧紙)는 화장 등 단장할 때 쓰는 부드러운 종이를 일컫는다. 흔히 ‘티슈’라고 부르는 상자 속 부드럽고 질 좋은 종이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 상자에 담긴 화장지를 부르는 용어가 다양하다. 각티슈, 곽티슈, 갑티슈 등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마트 등 판매처에서의 표기가 제각각이다. 이 중 어떤 게 맞을까.
물건을 담는 작은 상자를 이르는 말은 갑(匣)이다. 우유갑, 성냥갑처럼 내용물을 담는 작은 상자를 갑이라고 한다. ‘갑’ 뒤에 오는 외래어 ‘티슈’는 한 단어로 등재된 표준어가 아니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한다. ‘갑 티슈’라고 해야 맞다.
고유어인 ‘곽’은 한자어 ‘갑’과 같은 의미이나, 현대국어에서는 ‘곽’을 버리고 ‘갑’을 표준어로 삼았다. 표준어규정에서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생명력을 잃고 그에 대응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설명한 부분이 이의 근거이다. 따라서 ‘곽 티슈’라고 하면 틀린 표현이다.
각 티슈 또한 맞지 않다. 일상에서 많이 쓰이고 있긴 하지만, 각은 면과 면이 만나 이뤄지는 모서리를 뜻하는 말이므로 각 티슈도 바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