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망(한은금융망)을 통한 외화자금이체 규모가 하반기 들어 한풀 꺾인 모양새다. 상반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외화유동성 확보에 분주했던 은행들이 최근 다소 여유를 찾으면서 이체 규모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한은금융망을 통해 외화자금이 이체된 금액은 19조1780억 원에 그쳤다. 이 금액은 4월 17조9660억 원에서 6월 26조8900억 원으로 두 달 새 약 50% 증가한 바 있다. 지난해 말 13조 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난 규모다.
이체 건수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4월 169건에서 5월 208건까지 증가해 정점을 기록한 후 지난달 139건에 그쳤다. 특히 5월 기록은 2012년 5월(228건) 이후 최대치다.
한은금융망은 금융기관 간 거액결제시스템으로, 금융기관들은 거액 자금 거래가 발생할 때 한은에 개설된 계정을 통해 원화와 외화를 결제할 수 있다. 시중은행과 금융투자사가 주고객이며, 이외에도 한은금융망을 통해 국고채 발행과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거래도 실행되고 있다.
올해 4월과 6월 사이 외화자금이체가 증가세를 보였던 것은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당시 은행들이 외화 확보에 집중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외화를 확보한 만큼 중앙은행 계좌에 예금 및 이체된 자금 규모 역시 커진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화자금이체가) 4~6월 증가했는데, 이는 앞서 시중은행들이 외화유동성을 늘리는 상황에서 중앙은행 계좌에 자금 일부를 넣어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화자금은 원화에 비해 변동성이 크다”며 “7월에 이체 규모가 크게 줄었다기 보다는 시장 상황이 안정되다 보니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7월 원화자금이체 금액은 8966조1974억 원으로 전월 대비 1.6%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전체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앞서 한은은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관간 RP 거래를 중심으로 증권자금 결제 규모가 증가하면서 원화자금 규모도 늘었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올해 역시 증권 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한은 관계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