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역설적으로 ‘K푸드’와 국내 식품업계 역량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K라면’을 만든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3사는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가정간편식(HMR)과 비비고 만두를 앞세운 CJ제일제당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8.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효식품인 김치가 재조명되며 대상 ‘종가집 김치’의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보다 45% 늘었다.
‘위기 속 약진’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만이 아니라 그간의 노력이 때를 만났다고 보는 게 맞을 듯싶다. 무엇보다 현지화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호찌민에 생산공장을 세우며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한 오리온은 현지화 제품인 쌀과자 ‘안’과 양산빵 ‘쎄봉’을 출시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밑어붙였다. 베트남 아침 대용식 시장을 공략한 쎄봉은 출시 1년 만에 3500만 개를 판매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내식 증가로 날개를 달았다.
온라인 사업 강화도 한몫했다. CJ제일제당은 중국 시장 유통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감에 따라 지난해 중국 법인에 ‘온라인 사업팀’을 신설했다. 이를 발판으로 CJ제일제당 ‘비비고왕교자’는 중국 2위 온라인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의 교자/완탕 카테고리에서 4월과 5월 30%대 시장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완차이페리 등 현지 업체가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사업 확대의 희망을 봤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체재가 무궁무진한 식품 시장에선 기술력으로 무장한 차별화 전략만이 생존을 담보한다. CJ, 롯데, 동원 등 국내 식품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해외 제품 출시를 위한 현지 스터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식품업계는 이제 보다 중장기적 전략을 준비해 ‘K푸드’의 약진이 ‘일회성 운빨’이 아님을 확실히 증명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