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2'는 남북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하던 중 북에서 벌어진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 '백두호'에 납치된 이후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을 맡은 정우성을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났다.
앞서 정우성은 23일 열린 '강철비2' 언론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던 중 북받치는 감정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울지 않고 울컥했다"고 해명했다.
"우리 민족은 불행했는데, 이 불행을 언제까지 짊어지고 가야 하는지 왜 우리는 이 불행에 무관심했는지 생각했어요. 우리는 '한의 정서'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역사는 상실한 채 물질만 쫓다 보니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했죠. 이런저런 생각이 복합적으로 밀려왔습니다."
정우성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냉전의 섬이 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인물을 그렸다. 어렵게 원산호텔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만, 북의 쿠데타로 북한 핵잠수함에 감금돼 버린다. 북 위원장(유연석)과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사이에서 중재하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같다.
"제가 원산호텔에서 '독재자, 너는 편하지'라고 말해요. 감정 드러내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순간이죠. 그 신을 하고 나니 대한민국이란 국가에서 분단 문제 놓고 대립해야 하는 위치의 지도자는 정말 외롭고 고독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화가 납니다. 왜 이래야 하는 걸까요. 그 화는 지도자 한 사람의 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화여야 합니다."
정우성은 대통령을 맡아 연기하면서 '인내'를 표면에 내세웠다.
"대의를 위해 공심(公心)을 끊임없이 지켜야 하는 자리인 것 같아요. 답답하고 재미없고, 후련하지 않겠지만 국가를 위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공심을 늘 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국제적 외교관계, 분단 문제를 놓고 당사자이지만 당사자가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답답함과 고뇌를 표현하려 했습니다. 장면 연기에 대한 계산보다 감정이 중요했죠."
사실 그는 양우석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 관계, 국제 정세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나갈 때 '정우성'이라는 요소 자체가 영화를 정치 영화로 규정지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한테 물었어요. 정우성은 정치적 발언을 하는 배우라고 보는 시선이 있는데, 민감한 소재의 영화에 정우성이 들어가면 불리해지고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요.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요. 그런데 감독님은 정우성이란 배우의 표정을 선택하는 게 영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꼭 저여야 한다고 하셨죠."
'역덕(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양우석 감독만큼은 아니지만, 정우성도 꽤 오래전부터 역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정우성은 가장 뼈아픈 역사적 사건은 반민 특위 해체와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을 꼽았다.
영화는 결국 '통일'을 말하려 한다. 정우성은 "우리 모두가 당사자"라고 명확히 밝혔다.
"남에게 묻는 말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던지는 질문입니다. 대한민국, 북한에 사는 모든 사람이 고민해야 할 문제죠.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생각과는 별개로요. 통일이 언제 이뤄질진 모르겠지만 의지, 노력, 실행이 언제 시작될지는 중요한 이야기죠."
정우성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다양한 논의를 환영한다고 했다. 무언가에 대한 논의는 결국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영화와 상관없이 평화 그리고 통일에 대해 한반도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단다. 그는 "우리 국민이라면 아픔에 대한 DNA는 남아있다"고 했다.
정우성이 실제로 대통령이라면 '얼굴이 복지'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안 맞아요. 힘들 것 같아요. 국민으로서 이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게 결국 정치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