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케이블TV 사업자) 현대HCN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을 추진 중인 딜라이브와 CMB가 협상에 우선권을 쥘 수 없는 입장이 됐다. KT가 추가 인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SK텔레콤와 LG유플러스도 인수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는 최근 매각 희망가가 9000억 원대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딜라이브는 모 기업인 KCI가 지분 94.87%를 보유한 상태로, KCI의 지분은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을 포함해 인수금융에 참여했던 21개 기관의 채권단으로 구성돼 있다.
채권단이 KCI에 투입된 자금은 1조8000억 원이며, 딜라이브의 차입금 4000억 원을 합하면 딜라이브 인수에 총 2조2000억 원이 투입된 셈이다.
채권단은 원금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근 9000억 원대로 매각 희망가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수를 검토 중인 SK텔레콤과 KT는 여전히 가격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T가 KT스카이라이프와 합해 35.47% 점유율로 안정적인 유료방송 1위 사업자로 입지를 굳히게 되면, 딜라이브의 매력은 더 떨어질 수 있다.
KT그룹이 현대HCN을 인수할 때, 케이블TV 사업자 매각 시장이 매수자가 협상의 주도권을 가지는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매물인 CMB도 달갑지만은 않다. CMB는 씨엠비대전방송을 시작으로 성장해 대전·광주를 중심으로 가입자를 확보했다. 서울에는 동대문구, 영등포구에 종합유선방송사(SO)를 두고 있지만 주요 기반은 충청·호남에 퍼져있다. 이곳들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비교적 낮은 지역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가입자 중 아날로그 방식 가입자 비중이 높아, IPTV사업자와의 시너지를 내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 인수를 통해 당분간 통합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추가 케이블TV 업체 인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딜라이브와 CMB가 급할 건 없다는 견해도 있다.
케이블 TV업계 관계자는 “딜라이브 채권단이 일정 부문 손실 감수는 하겠지만, 가격이 맞지 않는데 팔 수는 없지 않겠냐”며 “통신사가 장기적인 사업성이 있다면 5~10% 아낄 이유가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9년 하반기 기준 딜라이브 가입자는 200만명 이상으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5.98%를 차지하고 있다. CMB는 154만명으로, 점유율 4.5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