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각종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퀴니피악대학의 팀 말로이 여론조사 분석가는 “트럼프에게 곳곳에 위험 신호(red flags)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학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던 플로리다주에서도 바이든에게 크게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9%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뒀던 텍사스주에서도 바이든과 지지율 차이가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내달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공화당 전당대회를 취소했다. 플로리다주가 코로나19의 새로운 확산지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된 가운데, 이번 행사 취소로 또 다른 감염 위험을 피하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결속과 트럼프 집권 2기를 향한 움직임을 대대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자리를 잃게 된 셈이다.
경합주 중 하나인 플로리다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역에서 노년층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이들은 코로나19 취약군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전당대회를 취소, 공중 보건을 중시하려 하는 모습을 어필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약 석 달 만에 재개하고, 바이러스 상황이 “더 나아지기 전에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의 낙관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한 셈이다. 고집스럽게 거부해오던 마스크와 관련해서도 미국민에게 쓰도록 독려하는가 하면, 마스크 착용이 곧 애국이라는 예찬론도 내세웠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와 관련, 새로운 행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나, 호소하는 내용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주에서는 가을 학기 개학을 몇 주 연기해야 한다면서 한발 물러나기는 했으나, 여전히 학교 정상화에 대한 강한 희망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아울러 ‘법과 질서’의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과거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육군 군사기지 명칭을 바꾸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갈 경우 법안에 서명을 거부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미국민의 73%가 코로나19의 감염 상황이 악화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아울러 AP통신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직장을 잃은 대다수의 실직자가 그 일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