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이 집값 폭등에 이어 ‘전세대란’으로 치닫고 있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 없는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매매는 물론 전세시장까지 혼란을 부추기면서 계속 역효과만 낳고 있다.
정부의 ‘6·17 대책’과 ‘7·10 대책’ 발표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중형아파트 전셋값이 몇억 원씩 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강북권까지 급등해 입지가 좋은 일부 전용면적 85㎡ 아파트 전세가 10억 원을 호가한다. 경기지역 남양주·하남·고양·광명시 등의 전셋값도 치솟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세물량의 수요·공급 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지난 20일 기준 180.1을 기록해 한 주 전(175.7)보다 크게 높아졌다. 과거 전세대란 때였던 2015년 11월(183.7)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지수가 100이면 수급균형 상태이고, 100을 초과하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6·17 대책의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화 등 거듭된 규제에 따른 전세 매물 품귀, 보유세가 대폭 인상되면서 이를 임대료에 전가하는 현상, 여당이 7월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는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시행 이전 집주인들이 미리 전세금을 올리는 것 등이 주된 요인이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신규 아파트의 ‘로또 청약’ 대기수요까지 겹쳐 전세 수급이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임대차 3법이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우면서 전셋값 폭등을 불러온 것이다.
앞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수급불균형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내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의 절반 수준인 2만5000여 가구로 추산된다. 한국은행도 26일 “앞으로 전셋값 상승요인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규제에 따른 임대인의 월세 선호로 전세 공급은 감소하고, 저금리 기조에서의 유동성 증가와 신도시 주택공급에 대한 청약 대기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럼에도 전세대란의 해결책이 안 보인다. 그동안 공급을 외면한 수요억제로 일관한 부동산정책 실패의 결과다. 정부는 이번 주 수도권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3기 신도시의 조속한 건설과, 군사 및 공공시설 이전을 통한 서울 신규택지 개발, 용적률 상향, 공공 재건축 등 여러 방안들이 거론된다. 하지만 당장 별 도움이 되기 어렵다. 이제 대책을 세워 적극 추진한다고 해도 주택의 실질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당분간 전세난은 계속 악화할 공산이 크다. 무분별한 규제일변도의 부동산정책이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만 더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