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대만 기업들이 독점해왔던 미국 애플 아이폰 생산에 내년부터 중국 기업 참가가 확실시된다고 22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전자기기 EMS에까지 손을 뻗치면서 대만 IT 업계에서 밥줄이 끊길 수 있다는 조바심이 강해지고 있다.
중국 리쉰정밀공업(영문명 Luxshare·럭스셰어)이 17일 대만 위스트론의 중국 쿤산 공장을 138억 대만달러(약 56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이번 주 뒤늦게 전해지면서 대만 IT 업계와 시장 관계자, 언론매체 모두 충격에 빠졌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중국 신흥 EMS 업체인 럭스셰어는 이미 애플 공급망 멤버의 일원으로 2017년부터 에어팟과 애플워치 등을 생산해왔다.
한편 위스트론은 훙하이정밀공업, 페가트론과 더불어 대만 3대 EMS로 꼽히고 있으며 특히 아이폰 생산도 이들 3개사가 독점해왔다. 그런데 위스트론이 아이폰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을 중국 럭스셰어에 매각하면서 갑자기 대만의 아이폰 독점 생산 구도에 종지부가 찍힌 것이다. 럭스셰어는 공장 인수 작업을 연말까지 완료하고 내년부터 아이폰 조립생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럭스셰어는 애플 제품의 핵심인 아이폰 수탁생산을 오래전부터 노려왔다. 이에 럭스셰어가 타깃으로 잡은 것이 위스트론의 중국 장쑤성 쿤산 공장이었다. 이 공장은 아이폰 조립생산을 담당하지만, 누적 적자가 356억 대만달러에 달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앓고 있었다. 결국 위스트론이 채산성을 중시하기로 경영 전략을 전환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이 공장을 팔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럭스셰어의 공장 인수를 지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애플이 적극적으로 인수를 권유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아이폰 저가 모델인 SE의 판매 호조로 애플이 내년 이후 더욱 저렴한 신모델을 투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과 같은 대만 EMS에 의한 독점 상태로는 비용을 더 줄일 가능성이 없어 저가 모델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애플은 중국 기업의 EMS 참가로 판을 새롭게 바꾸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당시 무명에 불과했던 럭스셰어 공장을 방문해 “초일류 공장”이라고 칭찬하는 등 높은 기대를 걸었다.
럭스셰어는 현재 페가트론 자회사 인수도 시도하고 있어 대만 독점이 깨지는 흐름이 더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