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공모주가 나올 때마다 꾸준히 투자설명서를 분석하고 개인 블로그에 자료를 올리며 공유해온 오랜 투자자로서 이번에 공모주 세계에 처음 진입한 투자자들에게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을 간단히 설명하려 한다.
공모주 투자에서 명심할 점은 모든 신규 상장주가 다 수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9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스팩(SPAC)과 리츠(REITs)를 제외한 약 90개의 신규 상장주를 분석해보면 상장 당일 시초가부터 손실이 발생한 종목은 19개나 된다. 그리고 상장 당일 공모가액 밑으로 거래를 마친 공모주도 24개나 될 정도다. 즉 옥석 가리기를 하지 않고 투자를 하면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 좋은 공모주인지 가리려면 투자설명서의 중요한 부분들을 짚어봐야 한다. 투자설명서의 양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다 훑어볼 수는 없고 7가지 중요한 포인트만 체크할 것을 권한다. 바로 핵심 투자위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액 산정근거, 유통가능 주식 수, 자금의 사용 목적, 사업 내용, 재무 사항 등이다.
그다음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중소형 공모주에서는 큰 수익금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6년간 공모주에서 큰 수익을 안겨준 종목은 모두 대형주였다. 2014년 쿠쿠전자, 삼성SDS, 제일모직, 2015년 SK 디앤디, 2016년 해태제과, 2018년 애경산업, 2019년 현대오토에버, 2020년 SK바이오팜 등이 그랬다. 나머지 수백 개의 중소형주는 소소한 수익만 주었을 뿐이다.
큰 기업이 상장할 때 기업 규모에 비례해 신주 또한 많이 발행된다. SK바이오팜은 신규 상장을 하며 9593억 원어치의 주식을 발행했다. 이 중 20%인 1919억 원어치가 개인투자자 몫이었다. 공모주 청약은 50%의 증거금만 납입하는데 956억 원의 돈이 들어오기만 하면 신청한 만큼 주식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런데 이를 훨씬 초과한 31조 원이 들어왔으니 결국 투자자들은 신청한 주식 수의 324분의 1로 나누어 가져야만 했다. 그래도 이 상황은 괜찮은 편이다. 2차전지 관련 중소기업 에이프로는 7월 1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는데 개인 배정분은 61억 원어치밖에 안 됐다. 청약증거금은 무려 4조7000억 원 가까이 몰리며 경쟁률 1582대 1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 청약한도인 1만800주를 신청해도 손에 쥘 수 있는 주식은 단 7주, 7만5600원어치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SK바이오팜에서 큰 수익을 보고 공모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했는데, 혹시 이 대목에서 실망했는가?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보자. SK바이오팜 같은 대형주로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에이프로 같은 알짜 중소형주를 10개를 꾸준히 투자하면 결국 비슷한 수익을 낼 수 있다. 1년에 한 개 나올까 말까 한 대형주를 기다리는 것보다 수익이 작더라도 꾸준히 중소형주에 투자해 작은 수익을 모아가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공모주 투자는 이삭줍기와 같다. 중소형 공모주로 작은 이삭들을 줍다가 대형주가 나올 때 보너스를 받는 구조로 이해하면 된다. 공모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수익이라도 힘 빠지지 말고 만족해하며 꾸준히 하는 것이다. 소소한 수익이지만 청약증거금이 2일간 묶였을 때 발생하는 이자비용 대비 수익으로 생각하면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이렇게 유연한 생각을 하고 작지만 확실한 수익을 꾸준히 추구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1년에 50개에서 많게는 100개 가까이 되는 청약 기회를 기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4년간 공모주 투자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면 그 작은 이삭들이 알차게 모여서 어느덧 곳간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필자는 곳간을 넓혀 평생 채울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작은 중소형주 4개 청약기간인 이번 주도 열심히 투자설명서를 읽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