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영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화상 세미나에서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행정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등 미군 재배치 옵션을 보고했다”고 보도한 것을 부인한 셈이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조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미군 배치의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모든 전투구역에서 우리의 병력을 최적화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든 사령부에서 조정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영구 주둔보다는 순환 배치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고 싶다”며 “전 세계의 도전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1년 전 취임했을 당시 전 세계 미군이 어떻게 하면 중국·러시아와 더 효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고 회고했다. 그중에는 외국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를 미국으로 돌려보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잠재적 충돌에 대비한 훈련을 직접 받게 하는 방법도 포함돼있다.
조너선 호프만 국방부 대변인은 순환 배치 발언에 대해 “아시아와 유럽에 더 많은 순환 인력을 배치하는 이유는 전진 배치된 병력 일부를 없애는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 부대를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군이 좀 더 예측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철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시기에 자주 등장하는 협상 카드인 만큼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 세계 미군 배치 조정 흐름과 맞물려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에스퍼 장관으로부터 보고 받은 주독미군 9500명 철수 계획안을 승인했다. 그중 미국으로 돌아올 인원이 몇 명이나 될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상당수 외신은 폴란드 등 주변국으로 병력이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에스퍼 장관은 세미나에서 중국 방문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공동 관심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와 위기 소통 시스템 개선 등을 위해 중국 방문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호프만 대변인은 이에 대해 “논의 중인 사안”이라며 “에스퍼 장관이 중국 측과 방문 시기를 맞춰봤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