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총수의 비지니스협력을 위한 연쇄 회동이 부동산 정책 혼돈과 성추문 의혹 등 정치 풍파에 지쳐있는 국민에게 '믿을 건 기업뿐'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 ‘배터리 회동’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을 갖고, 미래차 및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은 현대ㆍ기아차의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 지난 5월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한 뒤에 이은 이 부회장의 답방이다.
삼성 경영진은 차세대 친환경차와 UAM(Urban Air Mobilityㆍ도심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robotics)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한, 양사 경영진은 연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 등을 시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현대차 양 그룹의 두 총수가 사업 목적으로 만나는 것은 한 차례씩 오간 이번 배터리 회동이 처음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경쟁사에 공개를 꺼려하는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것 역시 재계 총수 가운데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다녀갔지만, 재계 총수가 방문한 적은 없었다.
젊은 총수들이 형식적 회동이 아니라 비즈니스 협업으로 ‘K모빌리티’ 동맹을 맺으면서 상호 윈윈 사례를 창조해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선대에서 재계 총수들이 청와대나 경제단체 행사, 조문 등으로 조우한 적은 있으나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렇게 긴밀히 협업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6월과 7월에 각각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배터리 회담’을 이어갔다. 이번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2차 회동에 이어 다른 총수들과도 연쇄 회동이 예상된다.
삼성과 현대차, LG, SK는 각 사업분야에서 협력적 경쟁 관계에 있다. 산업계에서 ‘각개전투’를 벌여온 4대 그룹이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손을 맞잡은 점은 국가경제력 제고차원에서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주 청와대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최근 삼성, SK, LG를 차례로 방문해 배터리 신기술을 협의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