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대한 '사과'들과 스토리텔링

입력 2020-07-22 17:00 수정 2020-07-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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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특허심판원장

인류 역사상 위대한 인물이나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 속에는 유독 사과가 많이 등장한다. 창세기 속에 나오는 선악과나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하는 소재도 역시 사과다.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와 트로이 간 전쟁을 촉발하게 한 ‘파리스의 사과’도 잘 알려져 있다. 신들의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축제장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귀가 쓰인 황금 사과를 놓고 떠난다. 이후 이 사과의 주인을 놓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다툼을 벌이다 트로이의 왕자인 파리스에게 판단을 맡긴다. 헤라는 권력과 부를, 아테나는 지혜와 전투에서의 승리를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유혹한다. 파리스는 결국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불행하게도 당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였다. 사랑에 빠진 헬레네는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가고 격노한 스파르타의 왕은 모든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동원해 지중해 역사의 가장 큰 전쟁인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이 환상적인 이야기는 르네상스 이후 루벤스, 르누아르 등 유럽의 많은 화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명화로 남아 있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억압에 저항하던 스위스의 명사수 빌헬름 텔의 사과도 유명하다. 오스트리아 총독은 높은 장대에 모자를 걸어놓고 오가는 사람에게 반드시 인사를 하게 했다. 이를 지키지 않던 빌헬름 텔은 체포되었고 오스트리아 총독은 먼 거리에 아들의 머리에 사과를 올려놓고 명중시키면 용서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빌헬름 텔은 사과를 명중시켰고 이후 합스부르크가의 지배에 맞서 싸워 스위스의 독립을 이끌게 된다. 이 이야기는 작곡가 로시니의 오페라 ‘윌리엄 텔 서곡’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위대한 사과 중에 현대인에게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스티브 잡스의 사과, 애플사(社)일 것이다. 애플사의 로고는 한 입 베어 문 사과의 형상으로 유명하다. 이 로고는 컴퓨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앨런 튜링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런 튜링은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해독을 위해 컴퓨터를 개발한 영국의 천재 수학자다. 그의 암호해독으로 독일 잠수함으로부터 연합군 함대를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합군의 승리에 혁혁한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참한 말년을 보냈다. 왜냐하면, 영국의 암호해독기계는 철저하게 비밀로 관리되었고 전후 1974년까지도 앨런 튜링의 공헌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앨런 튜링은 당시 다른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받던 중 동성애자라는 것이 알려지고 성문란 혐의로 법원에서 화학적 거세를 선고받는다. 이후 연구 활동을 접고 칩거하던 중 1954년 42살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사과에다 청산가리를 주사한 뒤 동화 속 백설공주처럼 한 입 베어 물고는 세상을 떠난 것이다. 애플사의 초기 로고가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무늬가 결합한 형태였던 것도 이런 앨런튜링의 불행했던 인생을 추모하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앨런 튜링의 이야기는 국내에서도 개봉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도 알려져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쉬운 예시와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사과의 예처럼 상징물을 사용하면 스토리텔링의 효과가 더 극대화될 수 있다. 최근 ‘지식재산스토리텔링협회’라는 단체가 출범하였다.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과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지식재산과 관련된 스토리텔링을 개발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좋은 상표와 발명에는 그 개발과 성장과정에 얽힌 스토리텔링이 담겨있다. 발명자, 창작자들의 극적인 노력과 성공담이 전파되고 동시에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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