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의 異見] 정치에 멍드는 부동산 시장

입력 2020-07-21 07:00 수정 2020-07-2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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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부동산, 즉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정부의 외침에도 한국 사회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곧 부의 축적과 확장으로 연결된다.

때문에 혹자는 부동산은 기능이 아니라 '욕망'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누리겠다는 욕망이 작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부동산을 향한 수많은 욕망이 응축되면서 그저 하나의 시장에 불과한 부동산 시장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드는 진앙이 돼버렸다.

여기에는 최근 정치권도 제대로 한몫을 했다. 마치 유행처럼 부동산 관련 법안 발의에 나서고 있는 여당 국회의원들은 물론이고 기회만 생기면 부동산 정책 훈수를 두고 나서는 여당 인사들 말이다.

법무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을 투전판에 비유하며 침묵하면 직무유기라는 과잉 자의식을 드러냈으며, 경기도지사는 서울 그린벨트 걱정도 모자라 부동산 투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의 위기를 넘어 체제, 나라의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오지랖을 부리고 나섰다.

사회 지도자들로서 나랏일에 한마디씩 거드는 것이 무슨 문제일까 싶냐마는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무게를 생각하면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당장 당·정·청이 일제히 그린벨트 해제를 언급하자 유력 후보지의 부동산 가격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불과 한 달 새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대의 아파트 매도 호가가 1억∼2억 원 올랐다. 토지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올 초만 하더라도 3.3㎡당 1000만 원 하던 내곡동 땅값은 최근 3.3㎡당 1400만 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만 잔뜩 올려놓고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무용지물이 됐다.

이처럼 애초에 협의도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 정책은 또 한번 신뢰성을 잃게 됐다. 가뜩이나 규제 일색의 잦은 대책 남발로 신뢰를 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다.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권의 유력 인사들이 아님 말고 식의 발언을 쏟아내고 난 뒤 악화된 여론을 이유로 슬그머니 스스로의 발언을 뒤집는 것은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시하는 행위다.

부동산은 다른 재화에 비해 국민들에게 미치는 여파가 유독 크다.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는 규제를 넘어선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실리보다 명분이 앞설 수밖에 없는 정치 논리에 맞춰 시장을 휘두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 불안에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는 "끝없이 오를 것 같은 집값도 어느 순간 끝없이 추락하기도 합니다.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급하게 뭔가를 일단 발표부터 하지 말아주세요.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국민들의 애타는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자중(自重)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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