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과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가 제공하는 주간 아파트 시세 통계가 제각각이어서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조사 대상 표본과 집계 방식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조사 기관에 따라 아파트값 주간 변동 폭이 수배 넘게 벌어지면 통계의 공신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사기관 따라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주간 시세 변동 폭 ‘천차만별’
19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09% 올랐다. 구별로 보면 마포(0.13%)ㆍ송파(0.13%)ㆍ도봉(0.12%)ㆍ노원(0.11%)ㆍ강북(0.11%)ㆍ강남(0.11%)ㆍ강동(0.11%)ㆍ용산구(0.10%) 등이 0.1% 이상 상승했다.
그런데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선 같은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63% 급등했다. 구별로는 노원(1.22%)ㆍ성북(0.91%)ㆍ송파(0.90%)ㆍ중구(0.88%)ㆍ강서(0.84%)ㆍ강북구(0.76%) 순으로 올랐다.
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율을 비교하면 좁게는 수배에서 넓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도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이는 두 기관이 기준으로 삼는 표본이나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감정원과 KB의 표본주택 수는 각각 2만7000가구와 3만4000가구다. 아파트만 놓고 봐도 KB가 약 3만 가구로, 1만6000여 가구를 조사하는 감정원보다 두 배 가량 많다.
조사 방식도 다르다. 감정원은 실제 거래가 이뤄진 매매가에 중점을 둔다. 감정원 관계자는 "조사원들이 거래가 이뤄져 신고가 된 건을 우선 파악한다”며 “거래는 이뤄졌지만 미신고된 건은 협력중개업소를 통해 시세 조사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공인중계업소에 등록된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를 비교적 높이 반영하는 편이다. KB 관계자는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입력하는 거래 가능한 시세를 기준으로 통계를 낸다"고 말했다. 실거래가도 참고하지만 실제 거래가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호가 중심으로 시세 변동 파악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시장 혼란만 부추겨… "통계 시스템 개선 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어느 조사가 더 정확한 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수조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기관마다 조사 방식이 다르고 지표로 삼는 대표 단지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 같은 지역 내에서도 국지적인 등락이 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7ㆍ10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이다 보니 조사기관별 시세 변동률이 클 수밖에 없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대책 발표 후 2~3주가 지나면 조사기관별 시세 흐름과 변동폭도 거의 비슷하게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도 “주간 통계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간 흐름을 보면 어느 기관이나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며 “주택시장은 여러 기관의 시세 자료를 참고해 길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 시세 조사기관마다 따라 노는 집값 통계는 자칫 소비자들의 판단에 심각한 오류를 불러일으키고 이로 인해 잘못된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조사기관들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조사ㆍ발표하는 아파트 시세 통계들이 시장에 혼선을 줄 여지가 있다”며 “통계로서의 가치가 있는 지에 대해 잘 따져보고 조사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