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가 재확산 되고 있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진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에 밀접한 수출의 경우 개선이 지연되면서 우리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진행된 '7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0%로 동결했다. 이제까지 진행해왔단 다각적인 위기 대응 정책이 실물경제 활동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5월 예상(-0.2%)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사이 수출의 감소 폭이 예상보다 대단히 컸다. 수출 실적이 안 좋다 보니 곧바로 성장률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더 중요한 요인은 코로나 확산 세인데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글로벌 경기는 물론 우리나라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년 경제 성장이 비관 시나리오(-1.8%)까지 도달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서는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에서 0.2%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기준금리가 이미 실효하한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요시 추가 인하보다는 금리 이외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을 강구할 뜻도 시사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양적 완화 필요성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는지.
코로나 발발이 본격화했던 2월, 3월초 크게 불안했던 모습 생각한다면 최근 금융시장은 정말 안정돼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물 경제 쪽을 살펴보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는 점에서 완화적 정책 기조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여러 가지 정책의 파급효과와 앞으로의 금융 경제 상황전개를 점검하면서 양적 완화를 비롯한 비전통적 정책이 시행 여부는 그때마다 상황에 따라서 결정할 것이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세 배경에는 시중 유동성 증가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어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완화기조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향후 우리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될 떄 금리정상화를 고려할 수 있다. 금리정상화를 추진하더라도 특정한 한 지표를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성장과 물가 흐름 금융안정상황 변화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겠다.
-한국판 뉴딜 정책에 따른 한국은행의 정례적 국채 매입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재원조달 방법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서 현시점에서 뉴딜 계획이 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을 말하기 곤란하다. 시장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국채단순 매입 포함해서 활용 가능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 문제가 금리 동결에 어느정도 영향을 준 것인가?
기준금리를 동결 결정이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해서 결정했다기보다는 (경제)성장과 물가 흐름, 앞으로의 전망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끌고 가는 게 맞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나 수급대책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에만 쏠리지 말고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생산적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정책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부도 같은 인식을 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0.2%)보다 하회 조정한 배경은? 워스트 시나리오까지 보는지.
수출이 예상보다 실적 안 좋아서 곧바로 2분기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결과 초래했다. 더 중요한 요인은 코로나 확산 세다. 최근 사이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제활동 재개 조치가 되돌리거나 멈춘 상황이다. 코로나 글로벌 확산세가 7월 들어서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 그에 따른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 반영해서 5월 전망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워스트 시나리오로 제시된 -1.8%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차 추경의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기술적으로 대략 0.1~0.2%포인트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PV 관련한 일정은?
-정부출자 관련 내용이 국회를 통과하고 관계기관 실무협의도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내일 임시 금통위 개최해서 회사채 및 CP 매입기구에 대한 대출한도와 조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에 대해 견해는?
두 차례에 걸친 정부 대책을 보면 주택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정부의 안정화 의지 확고하고, 상대 강력한 대책 내놓은 만큼 추가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간 정책목표의 상충 관계가 더 심해질 경우 어떤 목표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펴날 것인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목표라는 복수의 목표가 있지만, 현재 국내 경제 흐름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가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날 때까지, 벗어나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일 때까지는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말씀드린다. 그렇지만 이렇게 실물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택가격의 오름세가 예상외로 높고 또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또한 상당히 주의 깊게 살펴볼 계획이다.
-시중에선 3차 추경으로 인해 발행되는 국채 24조 원을 놓고 한은의 역할에 관심이 높다. 한은이 수급 안정 차원에서 어느 정도까지 매입에 나설 것인지
3차 추경이 발표되고 국고채 발행 크게 확대됐지만, 장기 시장금리는 대체로 안정세 유지하고 있다. 장기 금리 수준이 추경의 영향을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고 또 장기 투자 기관이라든가 외국인을 중심으로 해서 투자수요가 상당히 견조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금리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든가 시장의 불안 심리가 있을 때에는, 지체없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에선 매입 규모를 밝혀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국고채 매입 규모는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것인지, 불안하면 그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국고채 수급 상황에 지금은 안정적인데 그것이 어떻게 바뀔지 등을 봐서 그때그때 적절한 결정을 내릴 생각이다.
-7월까지 연장한 무제한 RP 매입 제도를 놓고 8월에는 비 정례화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향후 정책 방향은.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전액공급 방식 RP 매입 제도를 도입했다. 그래서 6월에 일단 종료될 예정었지만 금융회사들의 일시 상환에 따른 부담을 고려해서 7월에 한 달 연장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연장 운영을 한 현재까지의 입찰 실적을 보면, 만기도래 규모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것은 금융회사들의 자금 사정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금융시장이 안정성을 회복했다는 점을 나타낸다. 추가 연장 여부는 조금 더 금융회사의 자금 수요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 그 외에 몇 가지 고려사항 같이 봐서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기준 금리는 부동산시장과 연계해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는 등 최근 정부 인사들의 통화정책 결정 사항에 대한 언급이 재정과 통화정책의 공조에 오히려 방해된다는 지적에 대한 생각은.
홍 총리의 발언 앞뒤(맥락)를 봤다. 물론 부총리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지만, 그때 금리 문제와 관련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금리 문제는 한은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부총리로서 발언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기준금리의 운영방향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아니란 점을 말씀드린다. 부총리 언급의 핵심은,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하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인지 방향과 관련한 언급은 전혀 아니었다기 때문에 그같은 지적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3차 추경과 한국판 뉴딜로 국채 발행 부담이 늘어나면서 유동성의 적기 환수 계획 또한 수정이 불가피한 것은 아닌가.
코로나 위기가 진정된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 몇 차례 의견을 밝힌 바 있고 여러 가지 계획 중 하나가 이례적 확장적 조치는 단기적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은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당연한 시각이다. 특별하게 시기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사실상 아직 포스트 코로나에 따른 그 후의 대책을 지금 본격적으로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아직도 위기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국내 경제 흐름도 상당히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현재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통화정책의 정상화, 유동성 환수를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것을 논의할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실효 하한선에 가까워지면서 금리 정책의 여력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도입할 수 있는 수단에는 어떤 것이 있다.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낼 때까지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고 했는데 추가 인하를 고려한 언급인가.
기준금리가 실효 하한에 근접해있다는 것은 저희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소위 국내 경기 부진이 더 심화되어서 통화정책도 추가적인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금리 외에도 다른 정책 수단, 예를 들어 대출, 공개시장운영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 수단을 적절히 활용해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예를 든다면 앞서 혹시 정부의 국채 발행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서 수급 균형이 깨져서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등 시장 불안이 조금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때, 국채 매입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바로 이러한 것도 소위 금리 이외의 정책 수단의 하나이다.
-조윤제 금통위원이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하고 오늘 의결권을 행사했다. 사태가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이지만 금통위 권위가 실추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금통위 신뢰 제고 방안에 대한 계획은.
조윤제 위원의 보유 주식 처분은 관련 법규와 규정 절차에 따라서 적법하게 처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금통위 권위나 신뢰의 문제로 연결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설명회에서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도 불구하고 경제봉쇄지수는 낮아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러한 디커플링은 언제 없어질 것으로 보는지.
지금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커지고 있는 나라들이 바로 당면한 문제이다. 너무 과도하게 경제 활동을 제한하게 됐을 때 그에 따른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역을 먼저하고 진정되면 경제 재개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국별로 처한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지금은 각 국별로 이런 디커플링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모든 나라가 기본적으로 확산을 방지하는 것에 보다 더 큰 역점을 두고 있는 것 같지만, 또 그에 따라 기업과 가계에 미치는 충격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국가별로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