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들끓고 있다.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강남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을 사는 투자 방식)가 불가능해진 데다 재건축 단지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 해야 하는 규제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세법을 바꿔 집주인들의 세 부담을 늘리면 결국 피해는 세입자가 받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ㆍ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 여파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99㎡형은 최근 10억5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아파트는 6‧17 대책 전인 지난달 15일 6억5000만 원에 세입자를 들인 바 있다. 대책 발표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셋값이 4억 원 폭등한 것이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전용 84.99㎡형의 전세 시세가 10억5000만 원선으로 맞춰져 있다”며 “호가는 12억 원까지 한다. 옆 단지 잠실엘스도 같은 평수가 10억5000만 원에 전세로 나왔는데 매물이 2개 뿐”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아이파크 전용 112.95㎡형은 지난 4일 18억 원에 전세가 나갔다. 직전 거래인 5월 23일 같은 평형 전셋값은 17억 원이었다.
전셋값 급등세는 강남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강서구 마곡동 벽산아파트 전용 114.96㎡형은 5월 4억5000만 원에서 이달 5억 원에 전세 거래됐다. 구로구 구로동 우성아파트 전용 59.34㎡형도 전세 호가가 3억 원으로 올해 초보다 5000만 원 뛰었다.
구로 우성아파트 세입자인 L씨는 “올해 초 결혼하면서 신혼집으로 2억5000만 원에 전셋집을 구해 들어왔다”며 “살아보니 정들고 좋아서 전세 계약을 연장하려 했더니 반년 새 5000만 원 이상 올랐고, 집값은 1억 원 넘게 달아났더라”고 푸념했다.
전셋값 상승세는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0.01~0.02% 수준의 미미한 상승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6ㆍ17 대책 발표 후부터 매주 0.09%씩 오르는 중이다.
지난주 금천구 아파트 전셋값은 0.20% 오르며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0.19% 상승으로 나란히 뒤를 이었다. 이 외도 강동구(0.18%)와 성북(0.11%)ㆍ구로(0.10%)ㆍ강북(0.09%)ㆍ강서(0.08%)ㆍ광진구(0.08%) 등 서울 전역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 "등록 임대사업자 세제 헤택 축소ㆍ임대차 3법 시행땐 전셋값 더 오를 것"
업계에서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들썩이는 원인으로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정부의 규제를 지목한다. 강남구 대치동 H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 조치로 집주인이 직접 살기 위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으로 강남권의 매매가 단절되면서 전세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매물이 없다 보니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등록 임대주택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와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은 전세시장을 한층 더 자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 청약 대기 수요 증가 등 전세시장 불안 요소가 많은 상황에서 임대차 3법 등이 현재 논의 수준대로 시행될 경우 전셋값 추가 상승은 불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