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포로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던 참전 군인들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승소했다. 법원이 국군포로에 대한 북한과 김 위원장의 배상책임을 처음 인정하면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7일 국군포로 노사홍(91)ㆍ한재복(81) 씨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북한과 김 위원장이 각각 2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씨와 한 씨는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군의 포로가 되면서 정전 후에도 송환되지 못하고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탄광 등에서 강제노역 했다. 이들은 북한에서 탄광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하다 2000년 탈북해 5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한 씨 측 대리인은 "정전 이후 국군포로 8만여 명이 억류돼 강제로 노동했다"며 이 기간 못 받은 임금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해 1인당 1억6800만 원을 김 위원장에게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 씨 측 대리인은 노동력 착취 목적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충분한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강제노동은 노예제를 금지하는 국제관습법과 강제노동 폐지를 규정하는 '국제노동기구 29조' 조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우리 민법 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형사적으로도 반인도적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은 2016년 10월 소장이 접수된 지 2년 8개월이 지난 지난해 6월 시작됐다. 서류 송달의 문제였다. 소장은 법원을 통해 소송을 당한 사람(피고)에게 전달돼야 재판이 시작될 수 있지만 북한과 김 위위원장에게 알릴 방법이 없었다.
결국 지난해 3월 국군포로 변호인단이 공시송달을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공시송달은 원고와 피고, 관련 서류명 등이 적힌 내용을 법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지하면 2주가 지난 시점부터 소장이 피고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노 씨와 한 씨는 이번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 국내에 있는 북한 재산에서 배상금을 지급을 요청할 계획이다. 국내 방송ㆍ출판사들이 북한 영상ㆍ저작물을 사용하고 북한에 낸 저작권료 약 20억 원이 현재 법원에 공탁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