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화웨이를 5G 사업에서 단계적으로 배제하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올해 안에 영국 5G 사업에서 화웨이 제품은 퇴출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이는 최근 영국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가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가 5G 공급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매우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라는 평가다. NCSC는 “미국의 새 제재로 화웨이의 기술 역량에 문제가 커졌다”면서 “안보 관리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결론 내렸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도 지난달 30일 의회 국방 위원회에 참석해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 기술을 이용한 5G 작동이 매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미국은 대(對)중국 압박을 강화하면서 제3국 반도체 업체들도 화웨이로의 수출 제한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영국에서도 보안 차원에서 화웨이를 대체할 다른 회사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마디로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신뢰할 수 있는 기존 기술을 사용하지 못해 안보상으로 더욱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존슨 총리는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화웨이 배제 압박에도 화웨이의 5G 사업 참여를 허용한다고 밝혔었다. 다만 사업 점유율을 35%로 제한하고 핵심 부분에 대한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집권 보수당 내에서도 화웨이 제품을 계속 사용할 경우 미국과 정보 공조, 경제적 협력에 금이 간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올 들어 수차례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다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정보 접근을 제한하겠다”고 압박해왔다. 파이브 아이즈란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영어권 5국의 군사 정보 공동체를 말한다.
그럼에도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았던 영국 정부가 결국 미국의 수출 규제로 화웨이의 사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방향을 튼 것이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결국 화웨이의 영국 사업 참여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한국 삼성전자와 일본 NEC가 대안으로 영국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영국 정부와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빅터 장 화웨이 부사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제재 관련 고객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면서 “미국 제재가 어떤 영향을 줄지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