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 체계를 갖추고 초도물량을 생산해 스위스에 수출했다. 수소전기 상용차시장 개척에 현대차그룹이 앞장서며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추구하는 수소 사회 구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6일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스위스로 수출할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0대를 선적했다. 엑시언트 수소트럭은 34톤급 대형 화물 트럭으로 2개의 수소연료전지로 구성된 190kW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과 최고출력 350kW급 구동 모터를 얹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약 400㎞, 충전 시간은 약 8~20분이다. 운전석이 있는 캡과 화물 적재 공간 사이에는 7개의 대형 수소탱크를 장착해 약 32㎏의 수소 저장 용량을 갖췄다.
이 트럭은 지난해 9월 출범한 현대차와 스위스 수소 솔루션 전문기업 'H2에너지'의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로 인도된다.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는 수소트럭이 스위스에 도착하면 냉장 밴 등으로 바꿔 복합 유통 체인, 식료품 유통업체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스위스에 올해 말까지 40대를 추가로 수출하고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1600대를 공급한다. 이후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공급 지역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북미 상용차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번 수출은 현대차의 서유럽 대형 상용차 시장 첫 진출인 동시에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수소전기 상용차시장을 선점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주요 자동차 업체가 전시용 콘셉트카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일반 고객 판매를 위해 양산체제를 갖춘 건 현대차가 처음이다.
수소차는 물 이외의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데다 장거리 운행과 고중량 화물 운송에 배터리 전기차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차는 주행거리와 적재중량을 늘리려면 배터리 용량도 함께 증가시켜야 하는데, 그만큼 충전시간도 길어져 운행 가능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00만~400만 대의 운송용 수소트럭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은 2025년 이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주요 국가들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추진 중이라 경유차가 대부분인 상용차시장의 친환경차 도입과 확산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세계 수소전기트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향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000㎞ 이상인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 기반의 장거리 운송용 대형 트랙터를 북미와 유럽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초도물량 수출이 시작되며 정의선 부회장이 강조하던 수소사회 구축도 힘을 얻을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수소경제라는 신산업 분야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지속해서 밝히고, 관련 분야에도 투자를 이어왔다.
현대차는 2013년 1월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양산모델 '투싼ix 퓨얼셀'을 출시한 데 이어 2018년에는 1회 충전으로 609km를 달릴 수 있는 '넥쏘'를 선보였다. 넥쏘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차의 63%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지배력을 갖춘 상태다.
동시에, 정 부회장은 수소와 관련한 세계 협의체에 참가하며 수소사회라는 화두를 던지기 위해 노력했다. 정 부회장은 2017년 다보스포럼 기간에 출범한 세계 CEO 협의체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공동회장을 맡아 각국 지도자와 기업인을 대상으로 수소사회의 중요성을 알렸다. 수소 사회는 개별 국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구현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정부도 수소사회 구현에 호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처 장관들은 전용차로 넥쏘를 도입했고,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1년 6개월 만에 수소경제 컨트롤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 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정의선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진행한 '수소경제위원회'는 수소 전문기업을 2030년까지 500개, 2040년까지 1000개 육성하고, 이를 위해 수소모빌리티, 연료전지, 액화 수소, 수소충전소, 수전해 등 5대 분야 '수소 소재ㆍ부품ㆍ장비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수소를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생태계를 고루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