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올 들어 6월 25일까지 신용등급을 강등한 기업 수가 전 세계에서 1392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3.4배 급증했다고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기업이 강등 당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용등급은 부채 상환 능력을 반영한다. 이렇게 무더기로 등급이 강등 당하는 것은 그만큼 전 세계 기업의 채무 변제 능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등급이 떨어지면 기업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부채 상환 재원이 될 사업 정상화도 요원하다.
S&P는 세계 최대 유람선 업체인 미국 카니발과 독일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 프랑스 르노자동차 등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에서도 21개 업체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도요타자동차와 미쓰비시중공업 등 대기업들도 아직 투자적격등급을 유지했지만 강등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이 기업 자금 융통을 공격적으로 지원하면서 애초 생존이 불확실한 기업들도 그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만큼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부채 위기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경종을 울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19 대응책 일환으로 개별 기업 회사채를 매입하고 있다. 일본은행(BOJ)도 매입 대상을 확대했다. 전 세계 국채 대비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스프레드(가산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시장이 혼란에 빠지기 전인 3월 초 수준으로 돌아왔다.
연준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 기업들이 파산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회사채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재정이 악화된 기업도 구제하는 형태가 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달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500억 달러(약 60조 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 중 코로나19 사태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한 곳은 약 20개사에 불과했다.
한편 정부 재정상태도 코로나19로 부실해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상반기 영국과 홍콩을 포함해 33개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 향후 강등이 예상되는 국가도 40개국에 달했다.
제임스 맥코맥 피치 글로벌 국가신용등급 대표는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피치 역사상 그 어떤 해에도 33개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 그렇게 했다”며 “동시에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이렇게 많이 ‘부정적’으로 제시된 것도 올해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고자 지출을 늘렸다”며 “이에 피치가 평가하는 119개국의 재정 상태가 전반적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