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파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는 켄 로치 감독이 이번에는 택배를 직업으로 한 평범한 남자의 일상에 주목했다. 주인공 리키(크리스 히친)는 배달업을 새로 시작했고 배달을 하기 위해선 차가 필요했다. 결국 그는 직업 간병인인 아내 애비(데비 허니우드)의 차를 팔아 새 차 구입에 필요한 보증금을 마련했고 매달 할부금을 갚기 위해 엄청난 중노동을 해야만 한다. 거기에 가족과의 갈등은 깊어지고 그를 둘러싼 사면 팔방이 그의 목을 조르는 듯하다. 이대로 삶의 끈을 놔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는 어떻게 이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족과의 화해는 가능하기라도 할까?
영화판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다시 돌아온 켄 로치 감독은 역시나 이번에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영국 택배 노동자의 지리멸렬한 삶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가족과 직장 생활을 소재로 하여 서사의 정서적 공감대를 엮어내는 솜씨는 그가 아직 우리 곁을 떠날 때가 아님을 보여준다.
개인의 비극을 통해 사회의식의 주제를 선명하게 보여줬던 그는 팬데믹을 겪고 있는, 아니 어쩌면 항상 마스크를 상비하고 역병과 싸워야 하는 인류에게, 그럼에도 여전히 가져야 할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전해 준다. 그렇다고 섣불리 어설픈 희망이나 비전을 보여 주려고 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저 우리와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전해 줄 뿐이다. 그래서 마지막엔 가슴 한편을 눈물로 적시게 한다.
원제는 ‘Sorry, We Missed You’인데 수취인에게 전달하지 못할 때 택배인이 남기는 메모다. 최고의 폭염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우리 사회의 ‘리키’들에게 메모를 남기고 싶다. “시원한 물 한잔 드시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