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기싸움을 벌여온 노사 양측이 1일 각각 원하는 최저임금 수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에 따라 두 주체의 본격적인 샅바 싸움이 시작됐다.
노동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유지를 위해 올해보다 16.4% 인상된 1만 원을 요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고려해 2.1% 삭감된 841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4차 전원회의를 열어 마지막 심의 안건인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앞서 열린 2ㆍ3차 전원회의에서는 시간당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 병기(동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부결)에 관한 심의 안건이 처리됐다.
이날 노동계를 대변하는 근로자위원 측은 올해 최저임금(8590원)보다 16.4% 오른 1만 원의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다. 비혼 단신 노동자와 1인 가구 생계비 수준 등에 대한 조사 결과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실질 임금 상승률 감소를 고려해 인상안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단계적으로 확대돼 2024년에는 전액이 산입 범위에 포함된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 사용자는 실제 임금을 그만큼 덜 올려주고도 최저임금 위반을 면할 수 있게 된다.
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고통 받는 자는 저임금 노동자다. 단 몇 십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들의 생계가 나아지지 못한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을 추구하는 최저임금 목적과 취지를 살려달라”고 강변했다.
이에 맞서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 측은 올해 최저임금보다 2.1% 감소한 841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출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한국 경제의 역성장 가능성, 지난 3년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영 여건 악화 등을 삭감 이유로 들었다.
류기정 근로자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근 설문조사에서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고용 유지를 위해 최저임금 동결과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 지키는 것이 국민적 과제인 만큼 이를 충분히 반영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사 양측이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시함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다만 두 주체가 각각 원하는 최저임금 수준이 상당한 괴리를 보이면서 최종 결정 때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심의는 법정 시한(6월 29일)을 넘겼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이 내달 5일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심의는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완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