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체인 스타벅스는 이날 페이스북을 비롯한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광고를 중단키로 했다. 스타벅스는 “헤이트 스피치를 멈추기 위해 미디어 파트너, 시민단체와 내부 논의를 계속하면서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광고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영국 대형 주류업체 디아지오도 다음 달부터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유료 광고를 끊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이례적인 움직임이 아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에 광고 게재를 중단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는 12월 31일까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 유니레버가 매년 페이스북 광고비로 집행하는 예산은 2억5000만 달러(약 2997억 원)에 이른다. 코카콜라도 최소 30일간 전 세계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페이스북 보이콧에 합류한 업체는 의류업체 노스페이스, 자동차업체인 혼다, 통신사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 등 분야를 막론하고 160개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동적인 게시물을 방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스타벅스 역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대한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글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각각 올렸다. 트위터는 ‘폭력 미화’를 이유로 게시물에 경고 딱지를 붙였지만, 페이스북은 이를 그대로 뒀다. 즉각적인 위협을 유발하지 않는 한 최대한 많은 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페이스북의 이러한 태도는 안팎에서 비판을 샀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종차별 및 혐오를 부추기는 게시글에 대한 관리가 부족하다며, 페이스북을 상대로 대대적인 광고 보이콧에 나섰다.
상황이 악화하자 저커버그 CEO는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기존 입장을 뒤집어 정치 지도자의 게시물이라도 폭력을 선동하거나 투표 참여를 방해한다면 삭제하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현 시점에서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26일 페이스북 주가가 8.3% 하락해 시가총액 560억 달러가 날아가는 등 기업 이미지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셜미디어 광고 보이콧의 시발점인 ‘이익을 위한 증오를 멈춰라(StopHateForProfit)’ 캠페인을 주도한 미국 시민단체는 페이스북 보이콧을 미국 소비자뿐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 소비자로 확대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커버그가 한발 뒤로 물러섰음에도 일부 기업이 더 광범위하게 소셜미디어에 대한 지출을 취소하겠다고 나서면서 스냅·트위터·틱톡과 같은 더 작은 플랫폼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