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수업 받으러 PE·VC로 가는 ‘재벌가 자제들’

입력 2020-06-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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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 (뉴시스 )
▲왼쪽부터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 (뉴시스 )

재벌가 자제들이 최근들어 ‘경영 수업’ 단계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나 벤처캐피털(VC) 등 투자 업계를 경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최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해 근무를 시작했다. 2006년에 설립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진대제 회장이 이끄는 국내 1세대 사모투자 전문회사다. 테이팩스·일진반도체·윌테크놀러지 등 IT·테크 기업들을 비롯해 야놀자와 아웃백스테이크코리아, 헬리녹스 등에 투자했으며 최근엔 무산됐지만 두산솔루스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김 전 팀장은 한화그룹으로 복귀가 예상됐지만, 앞서 투자은행가가 되고싶다는 꿈을 밝힌 바 있어 PEF 운용사에서 일하며 인수합병(M&A),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팀장의 형이자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도 한화생명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인 ‘드림플러스’를 주도하며 그룹차원의 벤처기업 육성 및 투자를 전담하고 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장남인 곽정현 KG케미칼 대표도 PEF 운용사인 캑터스PE의 사내이사에 등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곽 대표는 4월 6일 캑터스PE의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곽 대표가 몸담았던 캑터스PE는 국내 PEF계 1세대 전문가인 정한설 대표가 2018년 설립한 회사다. 카페 24의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 필웨이를 비롯해 식자재 유통 기업 명진홀딩스, 국내 1위 채권평가 전문기관인 한국자산평가, KG동부제철, BS렌탈 등의 지분 인수를 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 입사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 씨도 입사 전 해군 중위로 전역한 후 중국 톱10 투자회사인 홍이투자(弘毅投資·Hony Capital) 글로벌 M&A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 회사에서 글로벌 투자은행과 벤처캐피털 근무와 벤처창업의 등의 경험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VC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재벌가 자제는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손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다. 그는 2012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가업을 물려받는 대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투자사를 설립했다. 페이스북에 매각된 오큘러스, 쿠팡, 미미박스, 어니스트비, 신라젠 등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키움증권 등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다우키움그룹의 창업주인 김익래 회장의 외아들 김동준 씨도 벤처캐피탈 계열사인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로 2018년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최근 키움인베스트먼트는 김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출자사업을 통해 약정 총액 300억 원 규모의 ‘키움뉴히어로1호펀드’를 결성했다.

이렇게 재벌가 자제들이 PE와 VC등 투자업계에서 근무하는 이유는 투자처 물색, 딜 소싱, 펀드자금 모집, 기업 경영, 투자 회수 등의 전 과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PE나 VC의 플레이를 궁금해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기업이 신사업 발굴 차원에서 M&A(인수합병)를 하는 것은 필수가 되어버렸지만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기업에게는 필수적이지만 아직은 부담스러워 하는 M&A를 비롯한 여러 투자 과정들을 기업 경영에 앞서 미리 경험해보려는 차원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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