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낯선 전쟁'전 언론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 관장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계기로 기획된 '낯선 전쟁'전은 인류애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시"라며 "우리가 겪고 있는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미술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계기로 마련한 '낯선 전쟁'전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상처를 극복하고 전쟁을 비롯해 코로나19 등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미술을 통한 치유와 평화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기획됐다.
전시는 '낯선 전쟁의 기억', '전쟁과 함께 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등 4부로 구성된다. 1950년대 한국전쟁 시기 피난길에서 제작된 작품부터 시리아 난민을 다룬 동시대 작품까지 시공을 넘어 전쟁을 소재로 한 드로잉과 회화, 영상, 뉴미디어, 퍼포먼스 등이 총망라된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개인의 기억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전쟁과 재난 속에서 훼손된 인간의 존엄에 주목한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 250여 점을 선보인다.
1부 '낯선 전쟁의 기억'에서는 전쟁 세대의 기억 속 한국전쟁을 소환한다. 김환기, 우신출 등 종군화가단의 작품과 김성환, 윤중식의 전쟁 시기 드로잉, 김우조, 양달석, 임호 등의 작품 등이 공개된다. 이방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과 한국인들의 모습이 담긴 저널리스트 존 리치와 AP 통신 사진가 맥스 데스퍼의 사진도 소개된다. 한국전쟁 참전 군인이었던 호주의 이보르 헬레와 프랭크 노튼, 캐나다의 에드워드 주버가 전쟁 당시 상황을 그린 작품들도 디지털 이미지로 볼 수 있다.
2부 '전쟁과 함께 살다'에서는 남북분단으로 인해 야기된 사회 문제들에 주목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술학도에서 군인, 포로, 실향민으로 살게 된 경험을 그린 이동표, 세계적인 무기박람회장이 가족 나들이 장소가 된 역설을 담은 노순택의 '좋은, 살인'(2008), 평생 북한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삶의 궤적을 관찰한 한석경의 '시언, 시대의 언어'(2019), 컴퓨터게임처럼 가상화된 공간에서 전쟁의 폭력성을 탐구한 김세진의 신작 '녹색 섬광' 등이 소개된다.
3부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에서는 전쟁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훼손된 가치를 짚어본다. 2011년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 생활을 하는 동안 난민이 처한 상황을 다양한 매체로 알려온 아이 웨이웨이, 분쟁 지역 내 여성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삶을 다룬 에르칸 오즈겐, 전쟁 이면에 숨은 거래를 폭로하는 로베르 크노스와 안토아네트 드 용 등 동시대 예술가들은 예술 활동과 사회적 실천으로 전쟁 속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4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새로운 세대와 함께 평화를 위한 실천을 모색하는 활동을 소개한다. 안은미는 군 의문사 유가족과 함께 진행했던 전작 '쓰리쓰리랑'(2017)에서 출발한 신작 ‘타타타타’(2020)를 선보인다. 디자이너와 예술가들로 구성된 그룹 도큐먼츠는 한국전쟁 당시 배포된 '삐라' 중 '안전 보장 증명서'를 2020년 버전으로 제작해 선보인다. 탈분단 평화교육을 지향하는 단체 피스모모는 워크숍과 함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 관련 도서와 평화 비전을 담은 도서로 구성된 독서 공간을 운영한다.
이수정 학예연구사는 "한국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과 분단, 통일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커지며 점차 '낯선 전쟁'이 돼가고 있다"며 "전쟁이 개인에게 남긴 비극과 상처를 조명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연대를 위한 책임과 역할을 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낯선 전쟁'전은 이수정 연구사의 생생한 설명과 함께 오는 25일 오후 4시 약 40분 간 유튜브 생중계로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