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실효환율(REER·real effective exchange rate)이 6년9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락률도 세계 60개국 중 다섯 번째로 컸다. 홍콩보안법 여파로 미중갈등이 격화한 때문이다. 아울러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하락세(전월대비 기준)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명목실효환율(NEER·nominal effective exchange rate)은 0.74%(0.83포인트) 떨어진 110.76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8월(110.28) 이후 9개월만에 최저치다. 낙폭 역시 중국(-0.92%)과 페루(-0.75%)에 이어 세계 국가중 하락률 8위를 기록했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0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 100 기준)보다 그 나라 화폐가치가 고평가(원화 강세) 됐다는 의미며, 낮으면 저평가(원화 약세) 됐다는 뜻이다. 즉, 이 수치가 상승하면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됨을, 하락하면 강화됨을 의미한다. 명목실효환율은 교역량만 가중 평균한 지표다. BIS는 지난해 3월 실효환율 발표부터 기존 61개국 중 베네주엘라를 뺀 60개국으로 집계 중이다.
이는 우선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때문이다. 실제 5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월보다 0.3%(3.44원) 오른 1228.67원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1238.4원) 이후 10년9개월만에 최고치다.
물가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5월 소비자물가(CPI)는 전월보다 0.2% 하락해 석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년동월과 비교해서는 0.3% 내려 작년 9월(-0.4%)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일본 엔화 실질실효환율은 0.49%(0.39포인트) 급등한 80.35로 2016년 11월(80.86) 이후 3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중 분쟁 와중에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엔화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5월은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미중 갈등 우려가 한창 높았던 시기다. 이에 따라 원화가 다른 나라 통화보다 높은 수준으로 밀렸던게 아닌가 싶다”며 “반면 일본 실효환율은 안전자산선호에 오른 듯 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