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펩시코 자회사 퀘이커오츠컴퍼니는 ‘앤트 제미마’ 브랜드와 로고를 퇴출시킨다고 밝혔다. 앤트 제미마는 131년 전통의 팬케이크 가루와 시럽 브랜드로 중년 흑인 여성을 로고로 써왔다.
퀘이커는 로고에 담긴 이미지가 인종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인정하고 이미지와 브랜드 명칭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퀘이커는 성명에서 “브랜드가 인종 평등을 진전시키기 위한 가치를 반영하고, 소비자 기대에 부합하는지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이에 맞춰 그동안 브랜드를 개선해 왔지만 이러한 변화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퇴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브랜드는 ‘늙은 제미마 아줌마(Old Aunt Jemima)’란 노래에서 유래했다. 1800년대 후반 백인들이 흑인으로 분장해 노래하는 공연이 유행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흑인 유모(mammy·매미)가 ‘제미마 아줌마’다. 매미는 미국 남부 백인 가정에서 유모로 일하는 흑인 여성을 비하한 표현이다.
퀘이커는 홈페이지에 로고가 1890년 시작했고, 실존 인물인 낸시 그린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설명해놨다. 그린은 작가이자 요리사, 활동가로 일했고 앤트 제미마의 모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린이 노예로 태어났다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앤트 제미마 로고에 대한 비판은 계속돼왔다. 흑인인 리체 리처드슨 코넬대 교수는 2015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이 로고가 남부 인종차별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한 후 “자신의 자녀는 소홀히 한 채 백인 주인들의 자녀를 열심히 양육하는 순종적 하인인 매미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간의 비판에도 로고를 바꾸지 않았던 퀘이커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번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화답해 브랜드 명칭과 로고를 아예 없애기로 한 것이다.
펩시코 발표 후 캔디 제조사 마스도 식품 브랜드 ‘엉클 벤스(Uncle Ben’s)’ 브랜드를 바꾼다고 밝혔다. 엉클 벤스는 1946년부터 나비넥타이를 맨 흑인 남성 노인의 이미지를 로고로 써왔는데,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 육군에 쌀을 파는 텍사스 쌀 농장에서 일하던 흑인 남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해당 이미지는 ‘하인’을 상기시킨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또 남부 백인들이 나이 많은 흑인을 부를 때 미스터(Mr.)나 미시즈(Mrs.) 대신 엉클(Uncle), 앤트(Aunt)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인종차별 단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마스는 “지금이 바로 엉클 벤스의 브랜드를 진화시킬 때”라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정체성 변화를 약속했다.
미국 식품기업 콘아그라도 미시즈 버터워스(Mrs. Butterworth’s) 시럽 브랜드와 병 포장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콘아그라는 “포장이 우리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