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B코리아가 1000억 원대 재무담당 임원 횡령 사건의 일부 책임이 은행에 있다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임기환 부장판사)는 ABB코리아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200억 원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BB코리아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의 한국법인으로 2017년 재무관리 담당 상무 오모 씨에 의해 거액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오 씨는 2016년 3월 우리은행에 무역금융을 이유로 20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는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신청인란에 회사 상호와 대표이사가 적힌 법인 명판을 찍고 옆에 법인 인감을 찍었다.
더불어 '우리은행 무역금융 신규에 관한 안건을 가결한다'는 내용의 이사회 회의록과 양도담보계약서, 외국환거래약정서를 은행에 제출했다. 우리은행은 여신거래약정서에 따라 ABB코리아 명의의 계좌에 200억 원을 입금했다.
오 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2011년부터 장기간 회사 자금을 횡령한 후 2017년 2월 해외로 도피했다. 그가 우리은행 대출 건을 포함해 몰래 챙긴 회삿돈은 131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BB코리아는 오 씨가 해외로 출국한 뒤에야 횡령 사실을 파악해 고소하고 우리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했다.
이후 ABB코리아는 “여신거래약정을 인식하지 못했고 이를 승인하지도 않았으며 대표가 약정서에 자필 서명을 한 사실도 없다”면서 “오 씨가 법인 명의를 도용해 계약을 체결한 것인 만큼 약정 자체가 무효”라며 200억 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아울러 “은행 직원들이 약정 체결과 대출금 지급 과정에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ABB코리아에 손해를 입혔다”며 “은행은 직원들의 사용자로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은행 직원이 ABB코리아의 공장을 방문해 오 씨와 면담하고 현장실사를 마친 것으로 보이는 점, 오 씨가 낸 이사회 회의록은 기존 대출 때 제출된 것과 특별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점, 대출금이 법인으로 이체되는 것이어서 통상적인 거래 방법과 다르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우리은행이 오 씨를 믿은 것에 악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